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13일 국회 정치부문 對정부질문은 인사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렇지 않아도 야당의 의혹 제기 질의가 이어지는 판에 성 전 회장의 지인인 충남 태안군의회 의원 2명에게 무려 15번 이나 전화를 걸어 자살 전날 무슨 말을 했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하니 의혹은 증폭될 수 밖에 없었다.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 아니고서는 한 나라의 총리가 이처럼 일개 군 의원에게 귀동냥을 하려고 매달리는 경우는 드문 까닭이다.
수세에 몰린 이 총리는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시종 당당한 모습으로 의원들의 질의에 맞섰다. 군 의회 의원들에게 전화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 이름이 나왔는데 전화 안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것과 관련해선 “단돈 1만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오히려 “중앙선관위서 확인해도 좋다”며 결백함을 주장했다. 총리 직무정지 요구에는 ‘온당하지 않다’며 불쾌감을 비쳤고 향후 검찰 소환 요구에는 당연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총리의 국회 답변은 하루도 못 가 거짓으로 판명날 공산이 커졌다.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과의 생전 인터뷰를 추가 공개하면서 2013년 이 총리 선거사무소로 가서 3000만원의 선거자금을 현금으로 직접 건넸다고 밝혔다. 이 총리가 부여ㆍ청양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섰을 때다. 성 전 회장은 이 총리가 당시 회계처리를 했느냐는 질문에 “뭘 처리해요. 꿀꺽 먹었지”라고 했다. 그는 “개혁을 하고 사정을 한다는 데 대상이 누군지 모르겠다. 이완구 같은 사람이 사실 사정대상 1호”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이에대해 여전히 “그런 사실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제 공은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로 넘어갔다. 이 총리가 돈을 받은 시점은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가 많이 남아있다. 돈을 줬다는 사람은 이미 고인이 됐으니 물증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남기업의 비자금 장부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문무일 특별수사팀의 책무가 막중하다. 그러나 이 총리는 검찰의 수사결과와는 무관하게 이미 드러난 의혹 만으로도 행정부의 좌장이 될 자격을 잃었다. 총리 국회 인사 청문회 때 드러난 도덕적 흠결에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어찌 내각을 통할할 권위를 세울 수 있겠는가. 이쯤되면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