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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한석희]‘안심 로또’…안심만 할 수는 없다
‘34만5000명, 33조9000억원’ 두 차례에 걸친 안심 파티가 남긴 숫자는 금융당국도 놀랄 만큼 훌륭(?)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의 (금융정책) 역작”이라고 성찬했을 정도다. 안심전환대출 정책을 처음 내놓았을 때만 해도 ‘과연 신청하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앞섰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대박’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뭐랄까. 개운치 않은 뒷 맛이 여전히 남는다. ‘안심 로또’로 안심만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목소리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우선 안심전환대출의 정책적 목표점이었던 가계대출 문제를 보자. 금융당국은 이번 안심전환대출로 ‘고정금리ㆍ분할상환 비중 약 7~8%포인트 상승, 매년 약 1조원 수준의 가계부채 총량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가지 각색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얼마전 사석에서 “안심으로 가계부채의 구조적 개선을 이뤘다고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총량 관리도 필요한데 정부는 여전히 ‘총량은 문제 없다’라는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LTV, DTI 같은 경우에도 정부가 그렇게 직접적으로 손댈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물론 금융당국의 주장처럼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낮다. LTV와 DTI로 묶여 있기 때문에 설혹 금리가 급하게 올라 대출자들이 손을 들더라도 은행으로선 큰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게다가 장기적으로는 전세에서 월세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임대 주거의 개념도 가계부채 관리에 일정 정도 도움을 준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가계부채의 급속 증가는 금융 시스템 뿐 아니라 사회 안전망의 기반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 특히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0’에 가까운 한국인에게 빚은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다. 집 한 채 장만 한 죄(?)로 본업은 뒤로 하고 대리운전까지 투잡으로 내몰리는 우리네 서민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또 하나 ‘소비 회복’ 문제도 곰곰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일각에선 오는 6월께에 이번 ‘안심 로또’ 후폭풍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원금도 같이 갚아 나가다 보니 가처분소득이 줄고 이는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다. ‘안심 로또’에 줄을 선 대부분의 대출자는 소득 3분위로 월 평균 흑자액이 81만4495원(통계청 통계)에 불과하다. 원금을 같이 갚으면 자연 가계 소득이 쪼들릴 수 뿐이 없으니 자연 지갑을 닫게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연체율이 늘어나지 않을까하는 기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안심 파티’는 끝이 났다. 파티 뒤의 숙취는 진하다. 숙취를 풀기 위해선 해장을 하거나 더 많이 움직여 땀을 빼줘야 한다. 가계부채 역시 마찬가지다. 진한 안심의 여운을 지우기 위해선 ‘포퓰리즘 금융정책’ 카드는 버리고, 보다 종합적으로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숙취도 없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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