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흥행을 좌우하는 요소로는 파란만장한 삶의 주인공, 맛깔나는 조연, 스피디한 전개, 절정으로 치닫는 대립과 갈등, 짜릿한 반전 등이 꼽힌다. 지금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는 이런 흥행 문법에 충실한 정치 드라마다.
우선 주인공의 풍운아적 면모가 매력적이다. 계모에게 매 맞고 자라나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지만 갖은 고생 끝에 중견 기업을 일군 눈물겨운 스토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성완종은 단돈 1100원을 들고 상경, 화물차 영업으로 사업을 시작해 20대 중반에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1982년 대아건설, 2003년 경남기업을 차례로 인수하며 한때 외형 2조원대의 대기업 총수 자리에 올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유력인사들과 두루 친목을 다진 부지런한 마당발,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사재를 털어 장학금을 준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미지와 악취 풍기는 돈으로 정ㆍ관계를 누비며 부당 이득을 취한 비리 기업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교차한다. 이같은 양면적ㆍ다층적 캐릭터는 주인공이 어디로 튈지 긴장의끈을 놓을 수 없는 묘미를 안겨준다.
조연 8인의 면면도 화려하다. ‘영원한 2인자’ JP의 한을 풀어줄 충청 대망론의 선두주자 이완구 국무총리, 6공의 황태자 박철언을 구속시킨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탄 홍준표 경남도지사, 아버지 대통령도 주군으로 모신 박근혜의 장자방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출연한다. 2012년 대선 때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이들보다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신 스틸러’로 주목 받고있다.
‘주거니 받거니’ 사이가 좋은 듯 했던 성완종과 그의 지인들은 서로의 정치적 셈법과 욕망이 충돌하면서 대립과 갈등의 국면으로 치닫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똘똘이’로 불렸던 김 전 실장은 자원비리 및 포스코 사정의 기획자라는 풍문이 떠돈다. 친이명박계를 정조준해 2008년 총선때 당한 공천학살의 한을 풀고, 공직과 기업의 군기를 다잡으며, 국정동력을 되찾겠다는 1석3조의 포석이다. 그 소임은 후임 이병기 현 비서실장에게 떨어졌다. 그러면서 유탄을 맞은게 성완종의 경남기업이다. 성완종의 발을 묶어놓는 것은 이 총리도 내심 바라던 바다. 천신만고 끝에 총리 자리에 올라 대망론의 고지가 바로 저긴데 반 총장을 미는 성완종이 자칫 대업을 그르칠 수 있어서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영화 ‘식스 센스’와 같은 기막힌 반전이다. 주인공이 스스로 목숨을 던지며 남긴 56자 메모가 ‘보험료’를 돌려주지 않은 정치인을 벼랑 끝으로 몰고있다. 56자 메모는 친이계를 향해 쏘았던 정밀타격 유도탄을 거꾸로돌려 친박 정권의 한복판에서 폭발케 했다. 이 총리는 ‘한 푼도 안 받았다’고 했다가 바로 다음날 성완종의 3000만원 전달 육성이 공개되면서 ‘비타500 돈 박스 패러디’로 조롱당하는 처지가 됐다. 사정 주체가 사정 대상으로 전락하는 희극적 상황이다.
좋은 드라마는 재미와 함께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성완종 드라마의 결말은 미지수지만 특별수사팀을 이끄는 문무일 검사가 한국판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가 돼 부패척결의 통쾌함과 더불어 정치개혁의 희망을 보여주는 엔딩이 되었으면 한다. 성완종도 마지막 가는 길에 ‘깨끗한 나라’를 부탁했다지 않은가.
<요약분> ‘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한 성완종의 반격은 오뉴월 서릿발 같다. 기막힌 반전 드라마의 결말은 미지수지만 문무일 검사가 한국판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가 돼 부패척결의 통쾌함과 더불어 정치개혁의 희망을 보여주는 엔딩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