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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체감경기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데 있어 숫자가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생생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성장률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때, 물가 또는 실업률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기쁨이나 슬픔, 좌절과 희망 같은 것들은 거세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일제 강점기 농업이나 공업 산출량, 수출 규모, 1인당 소득의 변화만을 보면 경제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바탕으로 일제침략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황당한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숫자에 함몰돼 그것이 지닌 한국인에 대한 수탈과 억압, 잔혹한 탄압의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생생한 삶의 현장을 담지 못하는 지표 중심의 경제를 ‘가상경제(virtual economy)’로 부르고, 사회 구성원의 생활이나 질적인 변화를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경제를 ‘실질경제(real economy)’ 또는 ‘사회경제(social economy)’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업률이 오를 경우 삶의 고통이나 실직으로 인한 가정의 파괴 같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경제연구소가 체감경기를 조사한 결과 성장률은 -1.1%로 지표(2.7%)와 3.8%포인트 차이가 났고, 체감물가는 3.3%로 지표(0.8%)와 2.5%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체감경기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었다. 경제적 비중은 적지만 숫자로는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양극화 심화로 지표와 현실의 괴리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펼칠 때에도 이런 점을 더욱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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