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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성완종 말 한마디에 맥 못춘 금융권 인사들
정치권을 강타한 ‘성완종 리스트’ 관련 수사가 관계(官界)와 금융계로 번져나갈 기세다.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성 전 회장이 국세청,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전ㆍ현직 고위 간부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내역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 시절 정무위원회에 소속돼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한 사실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금품 로비 의혹 제기는 처음이다. 성 전 회장이 금융과 세무 당국 고위 간부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면 그 이유는 자명하다.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편의와 특혜를 요구했던 것이다. 성 전 회장의금융권에 대한 로비와 이에 따른 불법ㆍ탈법 여부에 대한 수사도 한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성완종 파동은 관치(官治)에 찌들고, ‘윗선 압력’에 맥 못추는 우리 금융계의 한심한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진 내용들만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성 전 회장 소유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당시 채무는 무려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그 절반 가까이가 수출입은행에 빚을 졌다지만 신한ㆍ농협ㆍ국민ㆍ우리 등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 은행들이 수백억원 이상 뒤를 봐줬다. 자기자본을 다 까먹었는데도 추가 대출을 해주고, 워크아웃에 들어가도 특별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발생한 부채 가운데 회수할 수 있는 돈은 20%도 안된다고 한다. 1조원 이상의 구멍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판이다.

이 뿐이 아니다. 베트남 최고층 ‘랜드마크 72’ 건설 과정에서도 은행들은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지원을 했다. 이런 특혜가 가능했던 것은 해당 기업의 오너가 금융당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회 정무위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손실이 날 게 뻔한데 지원에 응하는 금융계 인사들의 수준은 더 한심해 보인다.

자동차 전기전자 철강 등 우리 제조업은 지난 50년간 고속 성장을 이어가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금융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개도국은 고사하고 아프리카 우간다 말라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여전히 권력과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출돼야 마땅한 ‘좀비’ 기업을 외압에 밀려 억지 연명시켜주는 식의 금융산업이라면 경쟁력 회복은 요원한 일이다. 누가 경남기업 부당 지원에 관여했고, 누구의 청탁이 있었는지 철저히 가려내 형사적으로는 물론 민사적 배상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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