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선거공약인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전면 실시된다. 교육부는 이를 골자로한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20일 입법예고 했다. 3년간 시범 실시해 온 결과를 교육 개혁 정책으로 이어가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자유학기제 실시로 중학교 과정은 확 달라지게 됐다. 6학기 중 한 학기는 학생참여형 수업과 수행평가 등 과정 중심의 평가를 하게 된다. 또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운영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무엇보다 암기와 주입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재능과 창의적 체험을 필두로한 새로운 교육 체계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수요주체인 학생 입장에서도 개인의 재능,소질을 조기에 발굴하고 체험 등을 통해 진로와 직업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 제도가 내실있는 진로탐색 기회가 되려면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않다. 우선 전체 중학교의 70%가 사전 준비도 제대로 없이 조급하게 받아들이다보니 부실 운영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전문 강사가 아닌 해당 시간의 교과 담당교사가 지도를 맡아 전문성이 떨어져 체계적인 체험교육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프로그램은 물론 조사와 발표,실습 등 자율성 높은 수업을 진행할 여건조차 미비해 자칫 학생들이 ‘노는 시간’ 정도로 인식할지도 모른다.
어느 학년에 도입하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도 학교들마다 제각각이다. 학습부담이 많은 고학년과 자유학기제 효과가 떨어지는 저학년 사이에서 많은 학교들이 고민중이다. 아직 무르익지않은 사회적 인식도 선결 과제다. 자유학기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경찰서, 동사무소 등 공공 기관을 제외하고는 외부 진로 체험을 받아줄 곳이 여의치 않다. 현 정부 출범 후 초등학교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에 이어 중학교마저 중간·기말고사가 없는 자유학기제가 전면 도입되면 초·중학교의 학력 약화 우려도 크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 현장은 스포츠 교육 강화와 교과목 및 교사 인원 축소, 진로 전담제 도입 등으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당장 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국가·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자유학기제 전면 도입에 반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교육의 변화는 점진적이어야 한다. 제도 정착까지 20년 이상 걸린 외국의 사례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공약에 집착한 조급증을 내려놓고 치밀한 준비와 공감대 형성에 주력할 때다. 준비없는 무리한 도입은 모두의 혼란만 초래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