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 재정경제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 연말정산을 한 국내 근로소득자는 모두 1619만명이다. 이 가운데 740만명(45.7%)이 사실상 근로소득세 면세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둘 중 한명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셈이다. 지난해(2013년 소득기준)까지만 해도 면세 근로자는 512만명 정도였다. 그러나 소득세법 개정으로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그 수가 큰 폭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이달 초 발표된 연말정산 보완대책이 적용되면 근로소득세 면세자는 더욱 늘어날 게 확실하다. 이러다 과세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가 있다’며 국민개세주의(皆稅主義)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근로자의 절반 가량이 세금을 내지 않으니 이는 헌법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근로소득세 과세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세원(稅源)은 넓히고, 세율은 낮춘다’는 조세정책에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게 원칙이었다. 그 결과 면세 근로자 비율은 2005년 52.9%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31.3%까지 내려왔다. 그래도 15~25%인 일본 캐나다 독일 호주 등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나 시간을 두고 낮춰가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연말정산 파동에 놀라 세법을 뜯어고치다 보니 이런 원칙과 철학마저 누더기가 되고 만 것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조세의 절대 원칙은 형평성과 투명성이다. 이게 무너지면 납세자의 조세저항이 거세지고, 궁극에는 나라 재정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고소득 근로자에게는 40%가 넘는 과도한 세금을 매기면서 면세 소득자가 절반이나 된다면 결코 공평하지 않다. 저소득 근로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자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세부담을 더는 것과 세금을 아예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은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지금이라도 철학과 원칙에 부합하도록 소득세법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근로자들도 소득이 적으면 적은대로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는 게 이 나라 국민으로서 더 떳떳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