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이었던 지난 2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첫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당시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회의 직후 이같이 말했다. 이는 현정부 출범 3년차를 맞아 국정의 주도권이 당으로 이동하는 신호탄이 되었고,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 연말정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등 주요 현안들은 당정 협의를 거쳐 당이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지금, 이렇다할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소리는 요란했지만 ‘골든타임 중의 골든타임’이라고 했던 3, 4월을 사실상 ‘빈수레’로 보냈다. 정책조정협의회는 지난 19일까지 세 차례 열렸고 분야별 당정협의도 수시로 열렸지만, 당초 기대했던 신속한 정책추진은 공수표가 돼버렸다. 어느 한가지도 매듭짓지 못한 채 공방만 거듭하며 겉도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치권은 ‘성완종 리스트’ 블랙홀로 빠져들면서 사실상 ‘공황’ 상태에 빠졌다. 부정부패 일소를 선언한 현직 총리가 그 중심에 휘말리며 사실상 낙마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까지 겹치면서 경제살리기 법안과 구조개혁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누구 하나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나서지 않는다.
사실 이런 상황은 국정운영의 중심이 당으로 이동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정부로서는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현안들을 국회로 넘기면서 비판의 화살을 비껴갈 수 있었고, 여당으로서는 국정의 중심이라는 대외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회의 고유기능은 예산과 정책에 대한 심의 및 정부에 대한 견제에 있지, 정책 추진에 책임을 지는 조직은 아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담판을 짓자며 대국민성명을 발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현안의 책임을 정부는 정치권으로, 여당은 야당으로 넘기면서 벌이는 지루한 공방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더욱이 4ㆍ29 재보선을 고비로 정치권이 내년 총선국면으로 돌입하면 현안들을 차분하게 추진할 힘은 더욱 약화될 전망이다.
개혁은 확고한 신념과 의지, 그에 따른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으면 진척되기 힘들다. 이제라도 정부가 국정의 중심으로 다시 자리를 잡고 각 부처의 장관이 부문별 개혁과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나서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실종된 정책의 ‘컨트롤 타워’를 정부 중심으로 복원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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