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현재의 ‘성완종 리스트’ 검찰수사는) 돈을 줬다고 고백한 사람은 잡아가고, 돈을 받았다는 사람은 숨겨주는 꼴” 이라며 특검을 통한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문 대표의 이같은 제안은 느닷없다. 성완종 리스트가 처음 터졌을 때 여당은 상설특검 가동을 주장했으나 야당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증거확보를 위한 초동수사가 중요하니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먼저”라며 반대했다. 아직까지 특별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진 것도 아닌데 특검, 그것도 새 특검법을 요구하는 것은 일관성이 결여된 주장이다. ‘불법 정치자금으로 탄생한 부도덕한 정권’을 부각시켜 재보선 판도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선거용 전략으로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문 대표는 선거 전략에 유리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목소리는 높이면서 국민적 지지가 높은 공무원연금 개혁에는 여당의 ‘2+2(당 대표+원내대표) 회담’을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과 회담 때 사태의 엄중함을 모르지 않는다며 5월2일까지 개혁하겠다고 한 약속을 잊은 듯하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약속을 지키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당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응하는 행태는 야당 보다 더 실망스럽다. 국민의 시선은 성 전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실세들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사실인지에 쏠려있다. 그런데도 여당은 노무현 정부 때 성 전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을 집중 제기하며 일종의 ‘국면전환용 물타기’에 당력을 쏟고 있다. 물론 불법 정치자금에 관해서는 현 정부든, 이전 정부든 가릴 것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황 증거가 더 명확한 성완종 리스트 규명에 검찰의 수사력을 모아야 할 시기다. 사면을 움직인 손이 누구인지를 놓고 서로 치고 받는 것은 우선순위가 한참 잘못된 것이다. 여당이 이렇게 나오니 김무성 대표의 공무원연금개혁 2+2 회담 제안도 진정성을 의심 받는 것 아닌가.
여야가 코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에 목을 매면서 우리 사회 현안에 제 말만 늘어놓고 대화와 타협은 도외시하는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 표심에 급급하다 보니 일의 경중과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고 본질과 곁가지를 구분 못하는 소모적 공방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여야 대표는 제 말만 하지말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