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곳간에 잔뜩 쌓아둔 등록금을 일부 환불하라는 판결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17부는 수원대학교 학생 50명이 이 학교법인 이사장과 총장 등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소송에서 1인당 30만원~90만원씩 돌려주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학생들은 학교 재정이 매우 양호한데도 등록금이 교육과 실습비로 제대로 쓰이지 않고 용처 불명의 적립금으로 불려져 피해를 봤다며 지난 2013년 소송을 낸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연례적 등록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교수 채용, 장학금 확충 등 교육 서비스 개선을 등한시 한 대학에 경종(警鐘)이다. 교육의 질이야 어찌됐든 곳간 채우기에 급급했던 일부 사학에 일대 개혁을 촉구한 셈이다. 수원대는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 학생지원비가 각각 0.88%,0.25%로 수도권 소재 종합대 평균인 2.13%,2.79%를 크게 밑돌았다. 전임교원 확보율도 54.4%로 대학평가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등 교육 서비스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착공이 불가능한 유령 교사 신축 공사비를 3년 연속 예산에 편성해 이월금을 부풀리는 등 사용계획이 없는 적립금을 전국 사립대중 네번째로 많이 쌓았다. 교육의 질을 무시한 채 자산 불리기에 몰두해온 것이다.
사립대학의 이같은 몰염치한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 기준 4년제 사립대 156곳의 적립금 총액은 9조797억원으로 최근 5년 사이 2조원 넘게 늘었다. 특히 등록금으로 조성되는 교비회계 적립금이 대부분을 차지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고스란히 대학 자산으로 쌓여가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학 적립금이 넘쳐나는 데도 등록금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반면 교육 복지와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적립금을 3000억원이나 쌓고도 형편없는 학생복지와 교육여건으로 지난해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청주대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이번 판결은 대학의 적폐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이 스스로 반성하고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자력 개혁 의지가 없다면 유사 소송을 통해서라도 사학의 구조적 비리를 바로 잡아야 한다. 학생을 돈으로 보는 대학의 상업적 풍토 개선부터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대학 적립금만 제대로 활용해도 교육 여건 개선은 물론 반값 등록금 실천이 한층 쉬워진다는 일각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대학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