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순방에서 박 대통령은 ‘제2중동붐’을 중남미로 확산시키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 등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세일즈 단이 현지에서 일대 일 비즈니스 상담을 통해 6억5000만달러 수출 계약을 성사한 것은 실질적인 소득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마음은 그리 밝고 편안하지 못하다. 안팎의 과제가 눈 앞에 산더미처럼 쌓였기 때문이다. 당장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퇴 처리와 새 총리 인선은 ‘발등의 불’이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동은 검찰 수사가 여전히 진행중이며 정치권은 폭발직전의 활화산 형국이다. 공무원연금 손보기 등 국내 개혁 현안들은 큰 진전이 없다. 이 와중에 동북아 정세도 급류를 타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의 미국행으로 ‘미일관계의 새 장(章)’이 전개되고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열린 반둥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일 관계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데 우리만 외토리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긴 출장에서 막 돌아와 건강상태까지 좋지않은 박 대통령으로선 이를 풀어갈 실마리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에는 순서가 있고, ‘식물총리’상태인 이 총리의 사퇴 절차를 신속히 밟는 것이 가장 먼저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지 1주일이 지났는데 더 이상 시간을 끌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국민 사과나 진정성있는 유감 표명이 절대 필요하다. 이번 파동에는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등 박 대통령 핵심 측근인사들이 대거 연루돼 있고 어렵사리 임명한 총리가 석달도 안돼 사퇴하는 바람에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전후 사정과 재발 방지 약속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건 당연하다.
이 때 분명히 담아야 할 건 앞서 언급한 성역없는 수사를 뒷받침할 구체적 약속을 국민 앞에 천명하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법무부장관이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한다면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게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치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공무원연금과 노동 등 4개 개혁 과제 역시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들이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지만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비장한 각오가 보인다면 돌파구는 나오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