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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성숙한 시위문화, ‘차벽’ 아닌 시민의식에 달렸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27일 “명백하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차벽을) 하도록 한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존중한다. 미신고 집회라도 공공의 위험성이 없을 때는 원칙적으로 차벽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차벽을 운영하더라도 시민 통행로를 만들고 안내조를 배치해 시민 통행에 피해가 없도록 조처하겠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사에 등장한 ‘차벽’에 대한 과잉대응 논란이 일자 경찰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차벽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것은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집회가 발단이 됐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인파가 몰리자 경찰은 불법ㆍ폭력 집회를 막겠다며 건너편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에워쌌다. 이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재는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가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차벽 설치는 “전면적이고 광범위하며 극단적인 조치이므로,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경찰은 앞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 시민들이 청와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컨테이너 박스를 쌓았다가 ‘명박산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차벽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 것은 헌재의 결정을 경찰과 시위대가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경찰은 ‘급박하고도 명백한 위험’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고 있다. 세월호 1주기 시위는 선체 인양과 특별조사위원회 시행령 개정 등 유가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이라 시민단체가 합세해 청와대 앞 시위가 예상되는 등 과열을 빚을 우려가 크기는 했다. 그렇다고 차량 470여대를 동원해 청와대 들머리에서 한참 떨어진 광화문광장과 종로 일대부터 차벽을 설치해 원천봉쇄에 나선 것은 시위대를 자극하는 빌미를 준 것이다. 청와대 앞 시위를 금지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시위대도 차벽 위헌 결정이 불법적 도로 점거와 공권력에 대항하는 면죄부인양 곡해하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1주기 같은 국민적 추모 시위에 편승해 정치적ㆍ이념적 목적을 이루려는 불순 세력에게 자리를 내줘서도 안된다. 5월은 노동절과 춘투가 맞물려 각종 집회와 시위가 범람하는 계절이다. 법과 제도가 보장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도록 하되 폭력적 준동에는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 차벽 보다는 단호한 시민의식이 성숙한 시위문화를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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