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 국회 회기가 불과 5일 남짓 남았다. 국제 관계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에 대응해야 할 중대 과제와 이를 위해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한데도 국회는 25일간의 회기를 사실상 허송세월로 보냈다. ‘성완종 사건’이 돌발적으로 터지면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파편이 여야로 튀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것이다. 게다가 4ㆍ29보선 일정이 겹치면서 지역 일꾼을 뽑는 보선이 여야 원내 심장부와 청와대간의 물고 물리는 정쟁으로 변질됐다. 예정됐던 23일 본회는 아예 열지도 못했고 정부를 상대로한 긴급 현안질문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미국과 일본의 밀월 행보 강화로 당장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상륙할수 있음에도 국회가 입장 표명하나 제대로 못하는 판이다. 고작 ‘아베 정부 독도영유권 침탈과 고대사 왜곡에 대한 규탄 결의안’과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결의안’ 을 처리한 게 전부다.
국회가 상임위를 본격 가동해 심의에 들어간다지만 조짐은 여전히 좋지 않다. 재보선 휴유증과 성완종 사면 논란, 정치자금 수사 등을 감안하면 사정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때문에 4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던 중점 법안이 재차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공무원 연금개혁 법안은 실무기구 조율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여야가 지급율을 놓고 대립하는 엉거주춤한 상태다. 연말 정산 보완책이 담긴 소득세법과 고용창출을 위한 서비스 산업 발전 기본법 등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장기 표류중이다.
경제활성화차원에서 정부와 여당이 관광진흥법,의료법,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법 개정안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 역시 야당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다. 노사정 대타협에 실패한 노동개혁 입법과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정상화, 김영란법 이해충돌방지 조항 마련 등 굵직한 현안처리도 오리무중이다.
29일 재보궐 선거는 여야가 중심을 잡고 제역할을 해나가는 분기점이 돼야 한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지금 나라가 처한 엄중한 국제ㆍ경제ㆍ사회적 환경을 감안해 역사적 책무를 다한다는 각오로 국회를 이끌어야 한다. 최소한의 개혁입법이라도 마무리 해야한다. 말로는 민생을 위한 정치를 외치면서 언제까지 소모적 정쟁에만 함몰돼 있어선 안된다. 국정 표류와 공백을 막고 민생 정치를 실천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