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4대0으로 질 수 있다는 예측이 현실화됐다. 4ㆍ29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텃밭으로 여겼던 광주 서을에서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패했다. 27년 동안 수성했던 서울 관악을에서도 여당 후보에게 의석을 내줬다. 4곳 모두 야권 성향 후보들이 2명 이상 나오면서 새정치연합으로선 구도 자체가 불리한 선거였다. 기댈 것은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열기와 뜻밖에 불거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따른 부패정권 심판론 이었다. 그러나 표심은 야당의 기대를 외면했다.
야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문재인 대표 책임론이 비등할 조짐이다. 한때 당의 주축이던 정동영, 천정배 전 의원이 뛰쳐나가는 것을 막지못해 야권 분열의 불씨를 만든 것도, 당의 든든한 지지기반이던 호남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선 것도 모두 문 대표 탓이라는 것이다. 광주 서을처럼 전략공천이 필요한 자리에 국민참여경선을 한 것부터가 문제라는 지적도 쏟아진다. ‘성완종의 두차례 특별사면은 노무현ㆍ문재인의 작품’ 이라는 여당의 물타기 공세에 “사면은 법무부 장관 소관”이라며 엉뚱한 대응을 하다 판세를 망쳤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대표로 나선 첫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대선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선거 참패 책임론으로 고질적 계파싸움이 다시 도져 호남계 주축의 분당 전망도 나온다.
반면 압승을 거둔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당내 장악력이 공고해지고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시각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핵심 측근들이 일으킨 악재를 딛고 따낸 값진 승리인 만큼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김 대표가 쥘 수 있다는 자신감도 팽배하다.
그러나 1년짜리 임기에 지역별 특성이 뚜렷한 4곳의 ‘동네선거’ 결과로 민심의 향방을 단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선거규모가 워낙 작은 데다 투표율도 36%에 불과한 결과를 가지고 민심을 해석하는 것은 ‘코끼리 다리 만지기’나 다름없다. 이번 선거의 표심을 있는 그대로 읽으면 지역 일꾼론이 먹혔고, 낮은 투표율 속에 조직력을 동원해 전통적 지지층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한 여당의 승리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전남 순천ㆍ곡성에서 이긴 것처럼 ‘예산 폭탄을 떠트릴 수 있는 힘있는 여당 후보’의 위력인 것이다. 처음부터 고령층의 지지가 높고, 조직력이 강한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야당은 젊은층에 어필하는 부패 무능정권 심판론을 꺼내들었지만 낮은 투표율로 큰 힘을 받지 못했고 야권분열로 ‘집토끼’ 마저 흩어지면서 패한 것이다.
야당은 동네선거에서 졌다고 책임론 공방으로 내홍에 빠져 헤매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부 여당도 대승을 거두었다고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야권 분열과 여당 프리미엄으로 얻은 반사이익에 불과할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이념 보다는 일꾼’을 원하는 민심이다. 민생ㆍ경제 살리기에 유능한 정당이 큰 선거에서도 이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