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런지 최 부총리는 최근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부쩍 많이 펴고 있다. 지난달 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자산시장의 개선세가 지속되면서 경기회복 흐름이 재개되고 있다”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고, 24일 제주 관광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올해 2분기에는 1% 이상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최 부총리의 자신감은 지난해 후반~올 연초까지 경제를 우려하던 모습과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거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초저금리로 유동성이 넘치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살아나고 있고, 기업 경기실사지수도 미세한 반등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경제가 얼어붙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올 2분기 지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지표는 여전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체감경기는 최악이다. 2월에 반등하는 듯했던 생산과 소비, 투자지표는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특히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활기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부(富)의 효과’를 느끼기엔 거리가 멀다. 작년 세월호 참사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 2분기 지표가 나아진다 하더라도, 그것을 경제가 살아나는 지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체감 성장률은 -1.1%로 ‘완만한 개선국면’이라는 정부의 판단과 정반대 모습이다. 국내외기관들의 잇따른 하향조정에도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 3.8%와는 5%포인트 가까운 차이가 난다.
최 부총리의 말대로 심리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이 없이는 소비나 투자가 늘어나기 어렵다. 경제수장과 정책 당국의 낙관적 언급이 심리를 자극하려면 ‘신뢰’를 가져야 한다. 신뢰를 상실하면 정책 효과도 떨어진다.
지금처럼 정부의 판단이나 당국자의 발언이 체감경기와 계속 큰 괴리를 보인다면 역효과가 커진다. 더구나 우리경제는 지금 구조적 전환점에 있다. 생활방식과 경제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펼쳐질 저성장기를 헤쳐나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낙관적 발언을 통해 성장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보다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일시적인 국면개선을 위한 발언보다 장기적으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당국의 인식과 대처가 절실하다.
/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