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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국민 불안케 하는 귀휴제, 순기능 살리되 허점 메워야
교도소에서 귀휴를 나와 사라졌던 무기수 홍승만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강도 살인미수로 7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 4개월 만에 또다시 내연녀를 목졸라 살해한 전력의 무기수가 다른 흉악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발견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귀휴에 나선 무기수의 행방을 1주일 이상 놓치면서 국민을 불안에 떨게한 교정당국과 경찰은 입이 열개 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홍승만의 도주 행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였는데도 교정당국과 경찰의 초기대응은 안일했다. 교정당국은 홍씨의 행방이 묘연한데도 72시간 자체수사권을 내세우며 경찰에 협조를 구하지도 않았다. 경찰 역시 사건 초기에 수사권이 없었고 협조 요청도 없었다는 이유로 적극 검거에 나서지 않았다. 교정당국이 잠적 이튿날 전주 시내에 수배전단을 뿌렸지만 탐문을 위한 것이지 공개수배는 아니라고 해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도주 사흘째가 되어서야 공개수배와 경찰 공조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홍 씨는 유유히 여러 도시를 활보했고 지루한 추격전만 되풀이됐다. 늑장대응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검거 골든타임을 놓쳤고 결국 모범수로 귀휴에 나섰던 홍 씨는 변사체로 돌아오고 만 것이다.

‘귀휴 제도’는 수형자의 사회적응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일단 6개월 이상 복역해야 하고 형기를 3분의 1 이상 마쳐야 한다. 홍승만 같은 무기수는 최소 7년을 복역해야 귀휴 자격이 주어진다. 가족이 위독하거나 사망했을 때, 수형자가 외부 의료기관에 입원해야할 때, 또 천재지변으로 심각한 재산피해가 발생하거나 입학시험 같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탈옥수 신창원의 경우 부친상을 당해 귀휴를 신청했지만 거부된 적이 있다. 해마다 1000여명이 귀휴를 나간다.

문제는 귀휴 중 도피를 하더라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귀휴하는 수형자는 교도소장의 판단에 따라 교도관 동행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신고한 지역 외 여행 금지나, 유흥업소 출입 금지 같은 제한 규정 역시 제대로 준수하는지 일일이 감시하기가 어렵다. 하루 한 번 이상 전화 보고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사기죄로 복역 중에 귀휴를 나온 전직 교장이 채용을 시켜주겠다며 기간제 교사로부터 3000만 원을 챙기다 적발되기도 했다. 감시가 미흡한 점을 이용해 귀휴기간에 또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교정당국은 이런 일이 더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귀휴 제도의 순기능은 살리되 귀휴자의 일탈을 막을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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