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여야 대표가 무슨 자격으로 국민연금 더 준다고 하나
박근혜정부가 1년 넘게 밀어붙였던 공무원연금 개혁이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끝에 ‘안한 것만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공무원연금만 해도 개혁 시늉만 냈다고 야단인데 멀쩡한 국민연금을 끌어들인 것은 비난 여론을 물타기 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아닐 수 없다. 여야 합의라지만 공무원노조와 야당의 압력에 여당이 굴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는 정부ㆍ여당의 비장한 각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박근혜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공, 노동, 금융, 교육 4대 개혁은 ‘물 건너 갔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서명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한마디로 포퓰리즘이고 주제넘은 ‘월권’이다. 합의안 대로라면 공무원연금은 하루 100억원에 이르는 적자 보전 규모가 59억원 정도로 줄어 든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한 적자 개선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그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 기여율은 높이고 지급률을 낮췄다고 하나 ‘찔끔 개선’에 불과했다. 가령 연금지급률의 경우 지금은 1.9%를 받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1.7%로 줄어들게 된다. 새누리당이 당초 내놓았던 개혁안은 1.25%다. 중간에 나온 전문가 수정안도 1.6% 정도였다. 그나마 0.2% 포인트 낮춘 것도 20년에 걸쳐 내리게 돼 있다. 오랜기간 천천히 내리면 재정 개선효과가 적을 뿐아니라 그 동안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는 아예 원천 봉쇄된다.

이것만 해도 개혁을 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인데 아무런 사회적 합의도 없이 불쑥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겠다고 나선 것은 참으로 가당찮은 일이다. 그렇다면 그 재정 부담은 누가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 없이 무턱대고 ‘공무원 연금을 덜 깎은 대신 국민연금 올려주겠다’니 월권도 그런 월권이 없다. 김무성ㆍ 문재인 두 대표가 사재로 그 비용을 메운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 돈이다. 오죽하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김무성 대표를 찾아가 “보험료를 지금의 두 배로 올려야 50%가 가능한데 그럴 자신이 있느냐. 그렇게 하지 못하면 포퓰리즘이다”고 일침했겠는가.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권으로선 표 계산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한 번의 선거보다는 국가의 100년 대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김ㆍ문 두 대표는 그런 점에서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국민연금에 관한 여야 합의안은 당연히 백지화해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 연금 개혁안도 시간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지급률 등을 개혁의 본질에 맞게 손봐야 한다. 그리고 나서 ‘김무성-문재인 개혁안’이란 이름표를 붙여야 할 것이다. 개정된 공무원 연금법에 대해 두 대표가 다음 법률 개정 때까지 책임지라는 소리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