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사태가 일파만파다. 유사 건강식품 판매는 물론 관련 유통시장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특히 서울 동대문 등 약령시장에서 백수오 판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미 거래된 제품까지 반품과 해약이 잇따를 정도다. 영주, 제천 등 주요 생산지 농가는 초상집 분위기다. 농민들은 연중 최대 거래 성수기인 5월을 빈손으로 보낼 판이다. 투자시장에서도 파동 당사자인 내츄럴엔도텍은 1조원대, 코스닥은 무려 8조원대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번 사태의 1차 책임은 두말할 것없이 내츄럴엔도텍에 있다. 가짜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 유통시킨 행태에 대해서는 마땅히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않은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쓴 것만해도 용서받기 힘들다. 더욱이 지난달 한국소비자원과 검찰의 공동조사에서 가짜 백수오 원료 사용이 드러났음에도 “세계적 수준으로 품질관리를 이행하고 있다”며 광고를 게재한 것은 최소한의 기업 윤리마저 저버린 처사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식품의약안전처가 국민들의 건강 지킴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있다. 이번에도 일 터지자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다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2차 시험 결과를 내놔 의혹을 증폭시켰다. 게다가 이번에는 지난번 조사 때는 없었던 이엽우피소가 나왔다. 이엽우피소의 존재 사실 여부와 함께 얼마나 포함됐는지, 어느 정도까지 섞어도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지 등을 소상하게 밝히고 이를 국민들에게 신속하게 알려야 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고, 고지도 늦었다. 이러니 허수아비 검증기관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과거 공업용 우지 사건이나 쓰레기 만두, 광우병 파동 등도 이같은 불신이 초래한 결과다.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 사례가 1733건으로 전년보다 12배나 증가하는 등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날로 커지는 추세다. 국민건강 지킴이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식약처가 가짜 원료나 허위과장광고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필요하면 퇴출시키는 보다 엄격하고 철저한 판정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게 식약처의 존재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