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혼란에 빠질수록 ‘개판오분전’이라는 말이 난무한다. 한 언론과 모 케이블TV의 특별코너 제목도 이렇다.
‘개판오분전’이라는 애견용품 판매점 이름은 이해해줄만 하지만, 우리 사회에 다소간 난맥상이 보이면 서민들도, 심지어 지도층 인사도 이런 말을 쓰는 것은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개판오분전’이라는 말엔 우리의 슬픈 역사가 들어있다.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밀려 속절없이 후퇴하면서 부산은 피난민들로 넘쳐난다.
지금의 국제시장과 영도, 임시수도 정부청사 주변 부민동, 초량동, 아미동, 감천동 일대는 마굿간을 개조하거나 판자를 얽어 만든 임시숙소가 빼곡이 들어찼다.
당시 임시정부는 이불 하나 달랑 매고 부산을 찾은 남북한의 피난민들을 위해 밥을 배급했다. 배급되는 밥은 피난민들에게 실낱같은 삶의 희망을 잇기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
관리는 솥 두껑을 열기 5분전에 ‘밥 판을 곧 벌인다’는 의미로 ‘개(開)판 오분전“을 외쳤다. 이 신호와 함께 굶주린 피난민들은 배급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여들었고, ‘밥 판’은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한다.
어렵게 끼니를 연명한 피난민들은 피눈물나는 노력 끝에 나라를 재건해 오늘의 한국을 일구었던 것이다.
‘개판오분전’은 함부로 내뱉을 말이 아니다. 전후 1세대 개척자들로선 안타까운 표현이다.
사랑스런 우리들의 견공들은 또 무슨 날벼락인가.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