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업계에서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투자 관계자들은 Tips 이후 스타트업들의 질적 향상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선정된 기업들은 향후 벤처 투자과정에서 사전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글로벌 경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선도대학과 산학협력대학 사업으로 창업의 양적 팽창이 이뤄지고 있다면, Tips로 질적 전환이 촉발되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효과있는 정책이 아닌가 한다.
그럼 창조경제 정책의 핵심 견인차로 부상하는 Tips를 간략히 분석해 보자.
Tips는 용어 그대로 보육프로그램(Incubator Program)이다. 국내에는 1998년부터 시작된 280개 가까운 보육센터들이 전국에 산재하고 있고 입주기업만 5000개에 육박한다. 그런데 Tips는 기존 보육센터와는 무엇이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Tips 선정 스타트업의 인적구성이다. 선정된 70여 스타트업 중 삼성, LG, SK, 네이버, 애플, 구글, 다음 등 소위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 출신들이 60여명 포진하고 있다.
교수, 의사, 변호사, 변리사도 20명 가까이 있다. 석박사 인력이 전체 40%가 넘는다.
그 중에는 미국 스탠포드대 등 글로벌 인재들도 30여명 있다.
마치 1999년도 1차 벤처붐의 재현을 보는 느낌이다. 그 당시 대기업, 대학, 연구소 등에서 우수 인력들이 벤처로 몰려들면서 한국을 세계 최고의 벤처대국으로 끌어 올렸다.
2002년 느닷없는 벤처건전화 정책으로 촉발된 10년의 벤처빙하기를 거치면서 우수인력들은 벤처를 기피해 왔다.
그리고 대기업으로 몰려갔다. 그런데 이들이 Tips를 통해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제2 벤처붐의 도래가 피부로 느껴진다.
이처럼 우수인력의 창업을 촉발시킨 원동력은 Tips 정책이 민간 주도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책과제는 정부 주도로 선정됐고 이 과정에서 소위 레몬마켓이 형성돼 왔다.
선정 심사과정에서 미래지향적인 기업가정신이 없어진 결과 요건만을 맞춘 기업에 지원이 이뤄지곤 했다.
그런데 Tips에서는 이 과정이 민간주도로 바뀌었다. 민간 운영사가 선정해 1억을 투자하면 정부는 이를 믿고 최대 9억까지 연결 지원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민간 운영사는 연간 단위로 실적을 평가받는다.
1999년 한국의 벤처생태계를 학습해 간 이스라엘은 이후 민간 주도의 벤처 육성정책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일궈냈다. Tips도 그 중 하나다.
이스라엘 정부는 민간의 판단력을 믿고 지원한 뒤 종합 결과로 민간을 평가했다.
정부의 강점은 공정이다. 그런데 공정은 혁신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게 하는 약점이 있다.
개별 투자는 민간이 혁신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총괄평가만 정부가 공정의 관점으로 임한 것은 창조경제를 지향하는 여타 정책의 귀감이 될 것이다.
물론 실패하는 기업도 다수 나올 것이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은 불패(不敗)가 아니라 필승(必勝)의 패러다임이다. 벤처에서 실패는 혁신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개별 확률이 아니라 전체 기대값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게 벤처의 가치다.
Tips에 이어 미래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실패하더라도 원칙적 재도전이 가능한 구조를 갖춰주는 것. 그것이 제2 벤처붐의 다음 과제가 아닌가 한다.
바로 M&A시장의 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