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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朴대통령, 정치개혁 1호 번짓수 잘못 짚었다
정부가 5일 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법무부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사면 제도 개선을 위한 긴급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면권이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권한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행사해선 안된다”면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의에서 해당 부처는 사회통합을 위한 사면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다음 달까지 마련키로 했다.

정부가 공휴일에도 쉬지않고 긴급 회의를 열 정도면 화급한 국정 현안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이날 의제는 회의 이름만큼이나 전혀 긴급해 보이지 않았다. 특사제도 개선은 해묵은 과제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이 비리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구제하는데 남용되는 사례가 많다보니 이를 제한하려는 개정안 발의는 숱하게 많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최도술 임동원 신건씨 등의 특사가 국민적 논란을 부르자 이명박정부 때인 2008년 12월 사면법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도 11건에 달하는 사면법 개정안이 관련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병석에서 일주일 만에 돌아온 박 대통령이 특사제 개선을 업무 복귀 일성으로 강조한 것은 그동안 언론에서 수없이 지적한 고질적 유체이탈 화법을 그대로 고수한 것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제 눈의 들보’(측근들의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는 정치개혁 이라는 추상적 언어로 감추고 ‘남의 눈의 티’(노무현 정부 성완종 특사 의혹)는 크게 부각시킨다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4ㆍ29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재미를 봤던 노무현 정부의 ‘성완종 게이트’ 원죄론을 확산할 요량 이라면 국민적 역풍을 맞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성완종 파문을 계기로 부르짖고 있는 정치개혁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스스로 고해성사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차떼기 파문’과 천막 당사 이후 깨끗한 정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성씨의 돈이 대선후보 경선 및 대선 캠프에 흘러들어온 것을 막지 못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불법 정치자금의 정치권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정치개혁의 우선순위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어찌 높일 것인지 국민 앞에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오세훈법’ 이후에도 남아 있는 음습한 뒷거래를 차단하면서도 민주주의의 비용인 정치자금을 어떻게 공급할지 국민적 합의를 모아야 한다. 특사제도 개선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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