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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 전망대> 黨중심 정책 추진의 그늘
여권이 당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연말정산 파동 이후 불거진 증세ㆍ복지 논쟁 때문이었다.

2014년 귀속분에 대한 연말정산 결과 ‘증세는 없다’던 정부 주장과 달리 일부 세금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면서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이 터졌고,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성이 표면화됐다. 그러자 여당인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며 정부와 청와대를 몰아세우는 한편, 법인세도 성역이 아니라며 증세론에 불을 지폈다.

당정청 사이에 요란한 파열음이 나오자 여권은 소통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국민과 가까이 있는 당을 정책의 중심으로 내세웠다. 여기서의 국민은 야권까지 포함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국회에서의 논의를 포함한 법제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당이 정책의 중심에 서면 의견수렴에서부터 법안 통과까지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여권의 논리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기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이 정책의 중심에 서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유권자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덫에서 벗어나기 힐들 것이란 논리였다. 특히 사회적 갈등이 수반되는 연금이나 노동 분야의 개혁은 추진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풍부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관료들이 소극적으로 나올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파문으로 현실화됐다. 공무원과 유권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여야 정치권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후퇴시키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 인상하는 안에 합의했다. 개혁의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 내용은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여권에서도 터져나왔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물론 경제관련 법안의 처리까지 무산되면서 연말정산 파동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정치권의 무책임함을 공격하고, 여당은 야당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다시 야당은 여권을 공격하는 정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이 파열음을 내는 것이나, 해결되는 것 없이 국민 고통만 가중되는 것도 이전과 다르지 않다.

당 중심 정책 추진의 댓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번 파문은 국회가 각종 개혁을 끌고 갈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던지고 있다. 내년 총선이 시계(視界)에 들어오면 이해집단의 반발을 무릎쓰며 개혁을 추진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비판만 하지 말고, 정책의 중심에 서서 각종 연금과 노동, 공공부문의 개혁에 속도를 내길 기대한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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