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불발되자 5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로선 개혁안이 ‘미흡’하지만 그나마 이 기회를 놓치면 개혁이 장기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듯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사실상 주도해온 청와대인만큼 이 정도의 의견은 얼마든지 피력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문제로 개혁이 무산되면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한다”며 꺼내든 ‘1702조원 세금폭탄’ 논리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지금의 40%에서 여야가 합의한 50%로 높이려면 이만한 돈이 필요하고, 결국 그 돈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요지다. 그런데 계산 방식이 너무 극단적이다. ‘2013년도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가 그 근거라지만 가정에 가정을 거듭해 최악의 경우를 일반적인 것처럼 전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호도하면 소모적 공방만 난무할 뿐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는 더 떨어지게 된다. ‘세금폭탄’이란 용어도 너무 자극적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청와대 주장은 타당성이 매우 부족하다. ‘1702조원 세금폭탄’은 보험료율을 지금의 9%를 그대로 두고 소득대체율만 50%로 인상했을 때 내년부터 2080년까지 연금 지급을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돈의 규모다. 이를 모두 세금으로 충당하면 이정도 돈이 든다는 얘기다. 그러나 통상 연금은 기금이 고갈될 경우 재정 투입과 함께 추가로 보험료를 더 걷는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 전액 세금으로 보전한다는 건 지나친 가정이다.
‘세금 폭탄’을 피하려면 매년 한 사람이 209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것도 무리가 많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2100만명 정도 되는데, 군입대, 실직 등 납부예외자를 뺀 1656만명을 계산한 결과다. 게다가 전체 가입자의 60%에 해당하는 직장 가입자는 그 절반만 본인이 부담한다. 이런 아전인수식 해석과 셈법을 나열하니 야당이 ‘뻥튀기’니, ‘공포마케팅’이니 하며 날선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노후를 의지하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는 보다 신중하고 현실성 있게 다뤄져야 한다. 같은 자료를 놓고 정치권이 정략적ㆍ자의적 해석을 쏟아내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당국이 공신력있는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기여율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오히려 낮추고 있는 세계적 추세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