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임금’을 내세워 완성차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광주광역시의 실험이 답보 상태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해 근로자 임금을 3000만~4000만원으로 대폭 줄일테니 완성차 업체가 들어오거나 공장 규모를 늘려달라고 제안 한 바 있다. 현재 완성차 업계 근로자 평균임금은 9000만원이 넘는다. 그러니 반값 임금에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분명 파격적인 조치다. 그렇게 해서라도 일자리를 늘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이 정도 임금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게 광주시의 생각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6개월이 넘도록 투자하겠다는 업체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이런 좋은 조건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고질적인 노사관행과 법적 제도적 걸림돌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임금이 싸다고 공장을 짓고 근로자를 채용했다가 노조에 덜컥 발목이 잡히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설령 노사가 반값 연봉에 합의한다고 해도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허락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에 위배된다며 민주노총이 승인할 턱이 없다.
실제 광주에서 기아차 공장을 가동중인 현대ㆍ기아차만 해도 당장 광주시의 제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회사측은 처음에는 4000만원을 주더라도 결국 일정 시점이 지나면 단체협상을 통해 생산직 평균 연봉을 요구하게 되고 회사는 지급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미국의 GM이 임금만 높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국 공장의 규모를 대폭 줄여 인도로 돌리겠다며 ‘철수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한국 기업도 노사문제로 국내 투자를 꺼리는 판에 외국기업들이 반값 임금이라고 투자를 늘릴리 만무하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는 박근혜정부를 넘어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다. 광주의 파격적 실험은 비단 자동차업계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광주의 도전이 성공하면 빈사상태의 국내 제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는 물론 해외로 빠져나간 우리 사업장을 다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양질의 일자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정부와 기업, 근로자 모두 윈윈이다. 정부가 광주의 노력에 적극 힘을 보태야 한다. 걸림돌이 되는 낡은 법과 제도를 속히 정비하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자체에 고임금 구조에 가로 막힌 산업구조의 탈출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