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2일 본회의를 열였지만 연말정산 후속대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등 달랑 3개 법안만 처리하고 다시 문을 닫았다. 여야 이견없이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57개나 되지만 나머지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발로 상정조차 못했다. 그 바람에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등 민생관련 법안이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이 관철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야당 입장은 단호하다. 그야말로 숨이 막히는 답답한 정국이다.
여야가 합의했다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만 해도 6년이 지나면 원위치로 돌아가는 ‘무늬만 개혁’이란 비난이 비등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연계는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포퓰리즘적 발상일 뿐이다. 재정적자를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된 개혁이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오히려 재정 부담을 더 늘릴 판이다. 이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줄 뻔히 아는데, 여야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물쩍 통과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오류가 명백하다면 이를 인정하고 새로 방향을 잡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도무지 그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대통령은 “이번에 못하면 시한폭탄이 터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에 대한 압박 강도만 높이고 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정치권을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야당 의원들과 개별 면담을 하는 진정성과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협상 재량권이 없다”고 투덜거리며 여론의 눈치나 살피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다. 과감히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 수순으로 나아가야 한다.
새정치연합 역시 ‘합의’ 문구와 명분에 사로 잡혀 요지부동할 일이 아니다. 야당 일각에서 “우리의 주장이 여론과 동떨어져 있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국민들이 연금을 많이 받게 해 주는 것은 좋지만 이로 인한 보험료 부담증대를 외면할 수도 없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야당 인사의 표현처럼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연금 정국을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개혁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살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국민연금 문제는 더 많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내년 총선거 등을 생각하면 한 표가 아쉽겠지만 정략적 판단을 배제하지 않으면 개혁다운 개혁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