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12일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 법안은 건물주(임대인)가 세입자(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 점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임대인이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는 경우를 비롯해 세입자끼리 주고받지 못하게 하는 행위,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와 보증금을 요구해 계약을 무산시키는 때에도 손해배상 대상이 될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거절하는 경우에도 임대차 계약종료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에 세입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건물주의 횡포을 사전에 차단할 확보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특히 계약 중간에 임대인이 바뀌더라도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 규모에 상관없이 누구나 5년간의 영업기간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한 점 역시 긍정적이다. 그동안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 규모가 4억원이 넘으면 5년 계약갱신에서 제외해 임차인이 불이익을 받던 폐단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120만명의 임차인이 평균 2748만원의 권리금을 주고받으며 약 33조원 수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이같은 임차인 보호장치 마련에도 일부 사각지대가 여전하고, 시점 적용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 점은 유감이다. 예컨대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한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의 일부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예외규정을 둔 게 문제다. 이로 인해 서민 임차인이 주류인 전국 250여 곳에 이르는 전통시장 상가는 아예 통째 빠졌다. 정작 영세 상인들이 보호를 받지 못함으로써 당초 입법 취지가 크게 훼손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또 재건축단지에서의 퇴거보상이 제외돼 제2의 용산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보완이 시급한 부분이다.
적용시점을 놓고도 법 시행 이후 체결되는 임대차계약뿐만 아니라 기존 계약까지 적용, 소급입법금지원칙 위배 논란이 불가피하다. 권리금을 고려하지 못한 기존 임대차 계약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임대료를 올릴 사유가 충분한데도 새 임차인에게 고액 임대료를 요구하는 것이 권리금 회수방해행위에 해당돼 분쟁의 씨앗이 될게 분명하다. 개인재산권과 계약자유원칙을 과도하게 제한하지않으면서도 약자인 자영업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입법 취지다. 건물주와 입주상인이 공존할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