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에 온 것은 1983년으로 88올림픽 5년전이다. 처음 마주한 한국은 현대적 개발이 시작되고 있었고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도시를 메우는 현대적인 건물들로 국제적인 면모를 갖추었고 나 역시 이기간 동안 엘리베이터와 보안회사에 근무해 한국의 현대적 건물들의 건축에 관여해 왔다. 격변의 시대를 겪으며 한국의 경제 성장을 함께 해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가끔 서울 시내의 크고 멋진 빌딩들을 보면서 건물과 관계된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보기도 하고 지난 건설 때 참여했던 빌딩들을 보며 스스로 피드백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빌딩을 건설하는 과정을 생각하게 되고 간혹 한국에서 고통스럽게 배웠던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국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당시 오티스엘리베이터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건설 현장의 소식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작업 기한에 맞춘 무리한 공사로 사고 소식이 종종 들려왔고, 간혹 사망 소식도 들려왔다.
산업안전 환경이 지금처럼 개선되기 전의 상황이었기에 그 내용도 결과도 참담했고 개인적으로는 산업안전에 대한 의식을 명확하게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기업이 이윤을 좇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당장의 이익을 앞세워서 안전의식을 헤치는 것은 결국 직원들의 사기와 생산력 저하로 이어지고 기업 이미지를 헤치게 돼 결국 기업의 의지와 반대의 결과를 나타낸다.
모든 일들이 그렇지만 항상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까지는 투자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쏟아야 한다.
안전 역시 공짜로 개선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직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관심을 쏟아야 한다.
또 산업 안전에 관해서 만큼은 사장이 직접 챙겨야 한다. 혹시 있을 아주 작고 사소한 사고라도 사장에게 바로 보고될 수 있는 라인을 구축해 회사의 대표가 안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해야 한다.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 투자의 토대 위에 직원들의 안전 의식이 문화로 다져져 확산되는 것이다. 안전의식이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대표의 산업안전 개선에 관한 노력과 의지가 직원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이를 통해 안전이 회사 문화로 정착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절대 위임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여기서 멈춘다)”란 말이 있다. 사장이 모든 책임을 가지고 안전한 환경을 지휘해야 한다.
물론 사장이 직접 챙기는 만큼 노후시설 교체 및 안전교육 강화, 안전 매뉴얼 배포, 안전 장비 교체, 작업시간 조정 등의 물리적인 투자가 실현돼야 직원들의 사기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안전강화 경영을 실행하면서 해외 본사에서 시행하는 안전부문에서 전세계 1위를 받았으며, 연간 0회의 안전사고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전 감사 1위나 연간 0회의 사고율이 중요하기보다 안전사고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이런 안전강화 경영이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만족도와 애사심을 높여 주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안전을 위한 투자는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으로 자양되고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투자는 결코 허투루 쓰는 돈이 아닌 것이다.
물론 지금은 한국도 산업안전을 위한 법률적인 장치들이 많이 마련돼 있고 기업들도 직원들의 안전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필요함을 인지해 환경보건안전(EHS; Environment, Health and Safety)도 구축하는 등 여러 면으로 개선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업의 노력들이 단지 정책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직원들의 더 나은 삶과 인생을 함께하고자 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 길 바라보며 끊임 없는 노력으로 한국의 안전수준이 더욱 향상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