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이 이번에 ‘밴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동통신 시장 요금 체계가 음성 통화 중심에서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됐다. 음성 통화나 문자 메시지 발송이 줄어들고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지는 통신수요 추세에 부합하는 요금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30년 역사의 국내 이동통신 요금 패러다임의 대 전환이라 할 수 있다. 모바일과 연동된 관련 정보통신기술(ITC) 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선도적 콘텐츠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폰이 도입되면서 휴대 전화가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손 안의 컴퓨터’로 생활 필수품이 됐다. 통신 소비방식 역시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 통신 요금 부과 체계는 여전히 음성 중심이었다. 이동통신 3사가 음성과 데이터 비례형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가입조건이 까다롭고 음성통화 요금에 대한 부담이 커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데이터 사용이 늘면서 가장 많이 쓰는 요금 구간이 3년사이에 2배가 늘어 7만~8만원에 이른다는 통계가 이를 잘 보여 준다.
단통법 시행으로 가격 인하를 기대했지만 소비자는 단말기와 요금을 합한 요금체제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그 사이에 업체들의 영업이익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1분기만 하더라도 SK텔레콤의 경우 4026억원으로 작년보다 59%, KT는 3209억원으로 135%가 늘었다. LG유플러스도 1547억원으로 37% 증가했다. 더구나 구글 등 외국기업들은 데이터 중심체제로 일찍이 요금을 개편해 한 달에 20달러만 내면 음성통화를 무제한 쓸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이동통신 요금 개편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새 요금 체계도 소비자 입장에선 결코 싸지 않다.
통신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도 이제 달라질 때가 됐다. 요금 정책만 해도 정부가 인가를 하는 후진적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300만명 혜택이니, 7000억원의 통신비 절감이니 하며 생색이나 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담합 방지와 신규사업자 지정 등으로 경쟁을 시키면 요금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경쟁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가 할 일이다. 이동통신업계도 저가 상품에서 무선 통화를 열어놓은 대신에 데이터 사용량을 줄인 것에 불과하다는 이번 개편 평가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진화하는 통신 기술력만큼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