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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인공지능의 역습…요동치는 금융시장
ETF 등 알고리즘 영향력 급증
‘무감정’...판단ㆍ주문속도 빨라
자산가 핵심인 금리변화에 민감
해석ㆍ예측ㆍ대응 어려워 ‘난제’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666’

글로벌증시 요동이 시작된 지난 2일(뉴욕시간) 미국 다우존스 지수의 낙폭이다. 이어 5일 다시 1152포인트가 폭락했다. 이틀간 반등이 이뤄졌지만 낙폭을 회복하지 못했다. 8일 1033포인트 급락한다. 낙폭도 기록적이지만, 일중 변동폭, 장 마감 직전 쏟아져 나온 매도물량과 속도가 가히 ‘기록적’이었다.

블룸버그는 미국 현지 전문가의 말을 인용, “오전 장의 하락은 인간에 의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오후 장의 급락은 속도와 강도를 감안하면 기계에 의해 이뤄진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덱스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로 빠르게 진화했고, 퀀트(quant) 전략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AI)들이 대거 금융시장에 투입됐다. 적은 비용으로 시장수익률만 추종해 실질수익를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로 가득했던 투자회사들의 자리는 수학자와 공학박사들이 대신 채웠다. AI펀드 강자로 알려진 르네상스캐피탈의 경우 공학전문가만 5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 플래시크래시(flash crash)도 알고리즘이 바탕된 퀀트펀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AI는 더욱 발달했고, 천문학적 자금이 몰려들었다.

이번에 AI들이 ‘매도’에 나서게 한 변수는 뭘까?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다. AI펀드 별 알고리즘은 차이가 있겠지만, 금리변수가 빠질 수는 없다. 지난 5일과 8일의 증시 폭락에도 공통점은 미국 금리 상승우려다.

긍정론자들은 현재 경기가 좋고, 기업실적 전망도 밝아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금리변수가 바뀌면 기업실적도, 경기전망도 모두 달라진다. 주요한 판단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일드갭(yield gap) 등도 모두 금리의 종속변수다. 예전 위기의 초입처럼 수많은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은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현재 자산가격 수준이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과연 기계들은 어느 쪽에 동의할까?

현재의 자산가격은 저금리 덕분이다. 특히 2014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각국은 금리 정상화 시기를 늦췄고, 자산가격은 더 올랐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유동성은 10배 이상 불어났다. 상당부분이 차입, 빚이다. 그만큼 이자율 변동에 더 민감해졌다.

닷컴버블 수습을 위한 미국의 저금리 정책은 2004년부터 정상화되기 시작했고, 3년여가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다. 2015년말 시작된 미국의 기준금리 정상화도 올해 3년째를 맞는다. 악마는 디테일(detail)에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복잡한 파생상품 구조가 피해를 더 키웠다.

칼 아이칸은 “투자자들은 AI가 운용하는 돈이 어느 곳에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돈이 워낙 많이 풀려 이제는 10년 전처럼 통화정책으로도 위기를 어찌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기계들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다면 자산가격을 연착륙 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통제가 안된다면 그 파장은 예측이 어렵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승부가 재현될 지도 모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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