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세계 경제 전망을 내놨다. 연초부터 익히 들어온 내용들이 많지만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각 국의 성장률 비교다. 전반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미국도 추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좋아서’가 아니라 ‘덜 나빠서’지만, 경제가 더 나은 곳으로 몰리는 글로벌 자금흐름의 성격을 감안할 때 참고할 만 해보인다. 글로벌 무역여건 악화 속에서 내수시장을 지탱하기 위한 고용·소득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세계경제, 2018년 정점 찍었다=2018년 4분기부터 시작된 주요국 경기둔화는 2019년은 물론 2020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선진국은 잠재성장률로 완만하게 수렴하겠지만, 다수의 신흥국은 저조한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중국은 수십년만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터키와 아르헨티나는 경기후퇴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유지할 지도 변수다.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가능성으로 인한 유럽의 지정학적 위험과 중동과 남아시아, 동아시아의 정세불안도 위험요소다.
▶힘빠진 중앙은행, 변동성 커진다=통화정책 정상화, 즉 긴축 속도가 완화된다. 최대 4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됐던 미국은 한 두 차례 올리는데 그칠 것이며, 유럽 중앙은행은 올 하반기가 아닌 2020년에야 긴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은행의 역할이 약화된다는 것은 민간자금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요인이다.
▶중요해진 고용·소득주도 성장=세계경제 성장 둔화로 대외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선진국들의 내수유지시장을 지탱하려면 고용이 핵심역할을 해야 한다. 고용확대와 이에 따른 소득증대는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인 소비역동성과 직결된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지연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투입도 급격한 성장둔화를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식어가는 세계 성장엔진 중국=중국의 경제 부진이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펼치고 있지만, 성장 촉진 보다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통한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간접적인 지원책이다. 감세와 규제완화 등이다. 하지만 대외 무역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내수 소비심리가 개선되지 않는 한 경제가 활기를 띄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은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핵심 변수다.
▶한국, 그나마 괜찮다(?)=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부담 요인은 투자 사이클 약화과 세계무역 위축에 따른 성장모멘텀 훼손이다. 중소기업들이 경쟁력 약화요인으로 꼽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악화의 원인으로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정책 측면에서 보면 재정과 통화정책은 이 같은 내외부 악재들을 부분적으로나마 상쇄할 여지가 있다. 고용확대를 위해 올해 정부가 투입할 예산만 23.5조원으로 전년대비 22% 급증했다. 가처분소득의 160%에 달하는 가계빚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 촉진 요인이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성공해 고용개선까지 이뤄진다면 소비는 더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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