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탄한 일본 네트워크 통해 현지 여론 및 전개 방안 등 다양한 조언 구할 전망
- 귀국 후 대통령 간담회 참석 여부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 논의를 위해 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한국과 일본 간 경제 갈등이 첨예하게 전개되면서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론이 연일 주목받고 있다.
양국간 갈등의 근본이 정치 쟁점에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볼 때 정부의 협상력은 근본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꽉 막힌 정치의 영역과 달리 경제적 실리로 다져진 기업인들 간의 소통과 대화가 갈등 해결을 위한 해법 모색에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기대에 근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시행한 지 나흘째인 지난 7일 급히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휴일인 전날 오후 늦게 일본 도쿄(東京)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 뒤 이날 오전부터 현지 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획기적이고 단기적인 해법 모색보다는 파국으로 치닫는 양국 관계 속에서 민간 기업인들의 협력과 소통을 바탕으로 한 민간 세일즈 외교 역할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 때부터 구축한 일본 재계 인맥을 통해 현지 원로와 기업인 등을 만나 최근 상황에 대해 두루 의견을 나누면서 조언을 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른바 갈등 해소를 위한 ‘간접지원’과 ‘윤활유’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이래 글로벌네트워크의 복원에 상당한 공을 들여온 바 있다. 일본 기업인과의 만남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오가며 NTT도코모, KDDI 등 휴대폰 고객사와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으며, 지난 5월에도 일본 도쿄를 방문해 현지 최대 통신사인 NTT 도코모와 KDDI 경영진과 만나 5G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일본 5G 시대 개막에 대비해 NTT 도코모, KDDI와의 협력을 통해 현지 5G 네트워크 사업을 확대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일본에서 갤럭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지난 4일에는 일본 굴지의 그룹 소프트뱅크 수장 손정의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이날 만찬자리에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이 함께 차를 타고 도착해 나란히 입장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오는 10일 청와대에서 예정된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할 지 여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청취한 여론과 내부 분위기 등에 대해 이 부회장이 소상히 정부에 제언하는 모습이 보여질 지에 이목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 부회장의 귀국일을 두고 오는 9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삼성 측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정부간 외교의 문제여서 민간 기업인의 일본 방문으로 단기적인 해결책 모색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국내 재계 1위 기업이자, 글로벌 핵심 기업의 총수가 직접 일본을 찾아 그동안 탄탄하게 다져진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양국 갈등을 조정하는 간접 지원자로서는 모종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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