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1일(현지시간) 교황청 경내 무덤에서 발견된 유골함 2기에서 수천개의 뼛조각이 수습돼 36년 전 사라진 소녀와 관련된 의혹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dpa 통신 등이 21일 전했다.
1983년(당시 15세) 사라진 에마누엘라 오를란디는 교황청 직원의 딸로 교황청 시민권을 갖고 있었으며 실종 전까지 바티칸 시국에서 살았다.
살아있다면 51세가 됐을 오를란디의 실종을 두고 198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암살 미수로 투옥된 터키 출신 용의자의 석방을 노린 세력에 납치됐다거나, 교황청 내부자의 성범죄에 희생됐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오를란디의 가족은 작년 여름 그가 바티칸시국 내부 테우토니코 묘역에 매장됐음을 암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은 뒤 교황청에 무덤 발굴을 요청했다.
교황청이 이를 수락하면서 이달 초 소피아 폰 호헨로헤 공주와 멕클렌부르크 슈베린 공국 샤를로테 프레데리카 공작부인의 무덤을 발굴했으나 정작 무덤에는 무덤 주인의 유해조차 없었다.
두 사람은 각각 1836년, 1840년 숨졌는데 오를란디 가족에게 전달됐던 익명의 편지는 '천사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라'면서 묘역 내 천사상이 가리키는 두 사람의 무덤에 오를란디가 매장됐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었다.
무덤이 빈 것으로 확인되자 조사단은 1800년대 묘소 근처에서 이뤄진 공사 작업 기록을 참고하며 조사에 나섰고 11일 테우토니코 신학원 마루 아래 있는 방에서 유골함 2개를 찾아냈다.
오를란디 가족의 의뢰로 발굴에 참여했던 조르지오 포르테라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그렇게 많은 뼛조각이 나올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수천개의 조각을 복원하고 있는데 아마도 수십명의 뼛조각이 함께 묻힌 것 같다"고 말했다.
유골함에서 많은 유해가 나오면서 누구의 유해인지를 놓고 새로운 의혹도 쏟아지고 있다.
포르테라는 "여러 형태의 조각들이 있어서 누구의 유해인지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유해가 발견됐다는 것만 공식 확인하면서 형태학적 정밀 검사가 28일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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