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 감정으로 우파 결집…반쪽짜리 승리의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개헌 발의선 확보 못하면서 ‘개헌’ 드라이브는 일단 제동
집권 자민당을 이끄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자민당사에서 참의원 선거 승리가 예상되는 후보를 언급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과반 이상 의석 확보로 마무리된 지난 21일(현지시간)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승리를 이끌어낸 가장 큰 배경은 선거 초반부터 선거판을 달궜던 ‘반한(反韓) 이슈’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를 강조, 이른바 ‘북풍(北風)’ 전략으로 대승을 거뒀던 2년 전 중의원 선거에 이어 또 한 번의 ‘한반도 때리기’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이번 선거의 승리가 일본 내 반한 감정을 고조시키고 우경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아베 정부의 움직임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점도 충분히 예상가능한 전개다.
이번 선거는 이렇다할 선거 이슈가 없이 막을 열었다. 때문에 사실상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다. 아베 정부는 앞선 선거들과 마찬가지로 극우, 우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징용배상 판결 이후 8개월 여 만이자, 참의원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지난 4일부터 우리나라에 반도체 등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한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아베 총리는 지지세력을 모으는 동시에 연금문제를 둘러싼 불안 등 여당이 불리한 이슈까지도 덮었다. 이렇다할 선거 이슈와 주목할 만한 지도자를 내놓지 못한 일본 야권의 힘 없는 화력도 한 몫을 했다.
현재로서는 아베 총리가 선거 이후에도 한반도 때리기의 끈을 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외부의 적을 공격함으로써 내부의 결집을 높이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한일 간 무역전쟁이 아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당장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의 의견 수렴 시한이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한국과 일본의 무역전쟁은 희망이 없다’라는 제하의 편집자 사설에서 “일본은 이르면 이번주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블룸버그통신은 무역 수단을 남용하고 있는 아베 총리를 겨냥하며 “그는 행보는 중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호하는 왕따 전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 이번 선거를 앞두고 지난 4월경부터 아베 총리는 개헌 논의를 전면에 꺼내들었다. 헌법에 자위대 근거 조항을 추가,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 개헌의 골자였다.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이미 노골적인 우경화 야심을 보이고 있는 아베 총리가 개헌 의지를 내려놓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이렇다할 이슈가 빠진채 이번 선거에서도 아베 총리가 보여준 ‘반한 전략’이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높임으로써, 오히려 ‘반쪽짜리 승리’란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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