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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대규모 반정부시위…재정난·재난부실대응에 주지사 ‘막말채팅’ 도화선
최측근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889쪽 공개 파문 확산
동성애자 리키 마틴 비하ㆍ미국 女정치인 ‘매춘부’라 불러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 희생자 조롱 등 담겨
“진보정당 당수직 사퇴” 불구 “주지사 즉각 사퇴” 요구
NYT “막말 채팅서 시작, 주정부에 대한 불만 터져나와”
22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후안에서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사진은 입을 막은 로세요 주지사의 모습을 담은 현수막. [로이터]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수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리카르도 로세요(40)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이날 시위는 푸에르토리코 역사상 최대 규모로 꼽혔다.

22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후안에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푸에르토리코 깃발을 들고,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리키 사임’을 외쳤다. 이날 시위대가 사용한 ‘#리키리넌시아(RickyRenuncia·리키 사임)’와 ‘#파로나시오날(ParoNaciona·전국 파업)’은 모두 트위터에서 유행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13일 로세요 주지사가 주정부 내 최측근 11명과 주고받은 889쪽 분량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여기에는 2017년 푸에르토리코에서 4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마리아의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미국 여성 정치인을 ‘매춘부’라고 부르고, 동성애자 가수 리키 마틴을 비하하는 대목도 포함됐다.

로세요 주지사는 21일 “나는 실수를 했고 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진보정당 당수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지사직에서는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리키 마틴 등이 참여한 시위대는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BBC는 “전직 주지사의 아들이자 어린 두 아이의 아빠인 로세요 주지사가 쌓아올린 40살의 젊고 건실한 정치인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수천명의 푸에르코리코인들이 22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후안에 모여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를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AP]

이번 시위는 막말 채팅에서 불거졌지만, 그 바탕에는 주정부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정부의 부패와 무능과 무관심으로 인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그들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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