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장기집권 위해 맞설 듯
2020년까지 협상 끌고갈수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경제 전반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타협의 여지를 좁혀버린 탓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두 정상 모두 무역협상에 합의할 국내적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중 강경기조가 2020년 재선 승리의 발판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시 주석 역시 커지는 내부의 대미 강경파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단 것이다.
통신은 그 배경에 서로에 대한 불신, 즉 상대가 진지하게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중국산 수입품에 10%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중국은 위안화 약세 용인 및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으로 맞받아쳤으며 곧바로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기존에 약속한 280억 달러에 이어 추가 지원을 할 준비가 있다고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위대한 미국 농민들은 자신들의 대통령 편에 서서 중국이 그들을 해칠 수 없단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적 지지층인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 때문에 중국과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순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또 같은 날 또 다른 트윗에선 “안전한 미국으로 돈이 몰려 들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강세 국면에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시 주석 역시 칼날을 거두기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중국 경제가 약화 기미를 보이는데다 홍콩과 대만 등 지정학적 문제도 불거지는 상황에서 미국에 섣불리 손을 내밀었다간 내부 강경파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싸움을 바라진 않지만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때가 되면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며칠째 관영언론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며 시 주석의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중국의 정치평론가 우창은 WSJ에 “시 주석은 어떤 면에선 자신의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에 인질로 잡혀 있다”며 “중국 경제 침체와 홍콩 시위 같은 문제들이 무역전쟁과 맞물려 시 주석에게 큰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미국 대선이 있는 2020년까지 양국이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내년 대선까지 미국과 중국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온 무역분쟁을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무역협상 합의는 이제 요원해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한치의 양보 없는 대치 국면이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과좐은 “상황이 점차 퍼펙트스톰(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덮치는 최악의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양국 모두 이판사판인 판국에선 잃을 것이 많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밝혔다.
게리 로크 전 주중 미국대사는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2020년 미국 대선까지 양쪽이 협상을 끌고 가는 건 모두에게 해가 된다”며 “그 전에 외교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