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 감성과 안전의 대명사’. 볼보를 설명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다소 보수적이다. 과장되지 않은 디자인과 효율성에 무게를 둔 설계는 SUV에서 크로스컨트리로 이어지는 전 라인업에 ‘패밀리카’라는 수식어를 부여했다.
8년 만에 돌아온 ‘신형 S60’은 볼보에 대한 편견을 가볍게 털어냈다. 지난 2013년 선보인 ‘콘셉트 쿠페’의 형상을 그대로 적용한 외관과 역동적인 움직임은 볼보의 라인업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다. 경쟁력있는 가격 정책 역시 D세그먼트 시장에서 ‘신형 S60’의 선전을 짐작케 하는 요소였다.
외관은 상급모델인 XC90에서 이어지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바탕으로 근육질의 라인을 강조했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T자형 LED 헤드램프는 이제 볼보의 상징이 됐다. 이전 세대보다 낮아진 그릴은 세로형으로 정교하게 깎았고, 길어진 보닛엔 얇은 선을 넣어 더 확장된 느낌을 줬다.
볼보의 신형 플랫폼인 SPA 기반으로 설계된 차체는 이전 세대보다 전장을 125㎜ 늘렸다. 특히 50㎜ 낮아진 전고(1430㎜)는 경쟁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보다 무게중심을 아래로 쏠리게 했다.
시야를 방해하는 장비들을 최소화한 실내에서도 볼보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전자식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특징적인 요소가 없다. 원목을 얇게 깎아 대시보드 모양에 맞춘 섬세함에선 장인정신마저 느껴졌다.
시트와 사운드 시스템은 동급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트를 잘 만들기로 소문난 볼보의 솜씨가 이번에도 훌륭했다.
인스크립션에 적용된 나파 가죽 시트는 낮은 포지션과 부들부들한 나파 가죽을 덧대 허벅지부터 엉덩이, 요추, 등까지 몸 구석구석을 감싼다. 보조석까지 포함된 안마는 다양한 강도와 모드를 지원했다. 국산차보다 약한 통풍 기능을 옥에 티로 꼽을 수 있겠지만, 수입 경쟁모델 중 통풍을 넣어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오디오는 1억원대 중반 이상의 차에나 들어갈 법한 영국산 바워스&윌킨스(Bowers&Wilkins) 하이엔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스피커는 총 15개, 총 출력은 1100W다. 콘서트홀 등 풍부한 음장모드가 작은 차체를 진동판 삼아 현장감을 극대화했다. 음질이 떨어지는 블루투스 음원에도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45마력(ps), 최대출력 35.7㎏·m의 직렬 4기통 T5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 기어트로닉 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속도는 240㎞/h, 출발부터 100㎞/h까지 6.5초가 걸린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자 숨을 죽였던 엔진음은 4기통 특유의 가벼움 대신 묵직하고 경쾌한 소리를 냈다. 터보랙은 없었다. 고속 주행 시 앞유리와 사이드미러를 때리는 바람소리도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밑에서 노면소음이 다소 올라오지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아쉬움은 댐핑 스트로크가 크지 않은 스포츠 세단 특유의 세팅에서 비롯됐다. 콘크리트 도로의 작은 진동은 차체가 잘 걸렀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땐 차체가 한 덩어리로 울컹하는 느낌이었다.
높은 접지력을 바탕으로 한 고속 안정감과 운전대의 반응성 역시 훌륭했다. 하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바닥에 엎드리는 경쟁차종의 포지셔닝과 달리 통통 튀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불안하진 않았지만 승차감과 스포츠성이라는 상충된 목표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안전을 중시하는 볼보답게 반자율 주행과 관련된 기능은 만족도가 높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파일럿 어시스트 주행모드를 운전대 버튼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 것도 좋았다. 내비와 연동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시인성도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스포츠 세단의 단점으로 여겨지는 2열 거주성에서도 불만이 없었다.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무릎공간이 여유로웠다. 동급 최대 크기의 파노라마 선루프가 개방감을 높였다. 실내공기청정 시스템이 포함된 ‘4존 온도 조절’ 기능에선 패밀리카의 기본기를 잃지 않는 볼보의 섬세함이 엿보였다.
‘신형 S60’의 판매가는 ‘모멘텀’이 4760만원, ‘인스크립션’이 5360만원이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