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밀레니얼 세대 덮친 경제적 위기, '左클릭' 이끌어
Z세대는 경제적 호시절에 사회 진입…'자본주의'에 대해 호의적 태도 보여
콜로라도에서 열린 유권자 집회에 젊은 유권자들이 참석해 연설을 듣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의 또다른 4년을 결정지을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020년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지난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반(反)이민 정책을 앞세워온 ‘우파 정권’의 연장이냐, ’좌파 돌풍‘이 거센 민주당으로의 권력교체냐 를 결정지을 분수령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북미 비핵화 협상 등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관계의 향방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동시에 내년 대선은 미국 정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하나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200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가 처음으로 대선 유권자로 데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활동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소위 ‘젊은 세대’들과 현재 미국 정가를 이끌고 있는 베이비부머, X세대와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기성세대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먹고 사는 문제’,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은 애국심, 개신교 중심의 종교적 이념 등 오랫동안 미국 사회를 지배해 온 ‘전통적 가치’를 거부한다.
최근 월스트리트(WSJ)과 NBC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38세 미국인들은 가장 중요한 가치관으로 ‘근면’을 꼽았지만, 기성세대가 중요하게 꼽은 애국심, 종교 등의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한 응답자는 절반을 훨씬 밑돌았다.
그렇다고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정치적으로 같은 지향점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가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외신들은 2000년대 이후 금융위기를 계기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겪은 상반된 ’경제적 경험‘이 두 세대 간의 정치적 간극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진보적(liberal) 세대로 정의된다. 혹독한 경제적 상황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밀레니얼의 좌클릭을 이끄는 원인이다.
1980~90년대에 태어난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부유한’ 유년기와 ‘혹독한’ 성년기를 보냈다. 이들이 베이비부머 세대 부모 밑에서 누렸던 경제적 여유로움은 2000년 후반 금융위기 시절,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한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졌다.
심지어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 다시 회복과 성장을 이어 온 경제적 과실도 누리지 못한채 부의 불평등, 적은 임금, 고용 절벽을 상처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성 세대 이상으로 경제적 여유를 누릴 수 없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은 밀레니얼 세대의 ‘반(反) 자본주의’ 성향을 심화시켰다. 밀레니얼 세대가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 등 급진적 경제 개혁과 정책을 주도하는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있는 이유다.
2018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젊은 여성이 투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 |
WSJ은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재정 상태가 나쁘고, 앞으로도 회복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밀레니얼 세대는 전 세대를 아울러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를 선호하는 유일한 세대”라고 전했다.
대선 첫 투표를 눈앞에 두고 있는 Z세대의 상황은 다르다. Z세대들은 ‘역대 최장기 호황’, ‘완전 고용’이라는 유례없는 경제적 호시절 속에 오늘날 하나둘씩 사회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외신들은 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진보적 성향을 띨 수는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비교해서는 자본주의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다소 우파적 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블룸버그통신은 “Z세대가 정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다면, 앞선 밀레니얼 세대의 정치인들이 추진한 좌파적 정책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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