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조업에 닥친 위기가 서비스업까지 전염돼"
굳건했던 고용시장·소비지출도 '한파' 징조 뚜렷해져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제조업 지수에 이어 서비스업 지표가 부진, 경기 침체의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이를 상쇄시키면서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면서 미국 경제에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제조업의 위기를 몰고 온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서비스(비제조)업까지 집어삼키고 있고, ‘역대 최저 실업률’을 자랑하는 고용시장도 불안 신호가 감지된다.
여기에 사실상 유일한 ‘희망’이었던 소비마저도 더이상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결국엔 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국 제조업이 침체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서비스업마저도 둔화의 징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공급관리협회(ISM)는 9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 8월 56.4에서 52.6로 하락, 최근 3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PMI가 50을 넘으면 ‘확장국면’을 뜻하기는 하지만, 지수가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산업 종사자들이 해당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ISM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 부문 내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높은 관세와 인력 부족, 그리고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등으로 조사됐다.
일찍이 내리막길을 걸은 제조업의 둔화세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같은날 상무부가 발표한 8월 공장재수주 실적은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지난 1일 ISM는 9월 제조업 PMI가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47.8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굳건했던 고용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반세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3.7%에 머물고는 있지만,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최근 3주 연속으로 증가했다. 3일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전주보다 4천 명 늘어난 21만 90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 사정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ISM에 따르면 교육서비스와 금융, 보험 등 서비스업에서도 고용 감소 현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촉발시킨 제조업의 둔화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터 부크바 블레이클리 자문그룹 투자담당 최고책임자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제조업의 약세가 서비스 부문까지 감염시켰다”고 말했다.
이제는 그 여파가 소비부문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미국 소비지출은 거듭된 경기 불황의 공포 속에도 성장을 이어가며 긍정적인 경제 전망의 핵심 근거가 돼왔다. 즉,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은 현재 미국 경제가 성장의 원동력을 완전히 잃게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업계관계자들은 경제적 불확실성과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 부담,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이 소비자 지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매튜 셰이 미국소매협회 회장은 “무역, 금리, 글로벌 리스크 등의 변수가 악화될 경우 소비에 대한 신뢰마저 훼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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