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와 유럽연합(EU) 간의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재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최대 쟁점인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에 대해 보리스 존슨 총리가 ‘중대한’ 양보를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제 브렉시트까지 남은 관건은 의회가 EU의 뜻이 대폭 관철된 합의안을 승인할 지 여부다.
15일(현지시간) 영국의 가디언은 존슨 총리와 EU가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를 눈 앞에 두고 있으며, 영국 정부가 최종 승인할 경우 합의안 초안이 16일 발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합의의 요지는 아일랜드해에 관세 국경을 세우는 것이다. 최근 존슨 총리는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에게 북아일랜드가 영국 관세법의 적용을 받으면서도 EU 관세동맹 안에 남아있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두 정상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의 ‘하드 보더’ 설치를 막기 위해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가는 상품에 대한 EU 세관 및 규제 절차를 아일랜드해에서 진행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새 합의안이 17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공식 추인을 받게 되면, 존슨 총리는 19일 합의안을 의회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이 이날까지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벤 법안(Benn Act)’에 따라 브렉시트 시한은 3개월 더 연장된다. 하지만 의회 승인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연정관계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 가진 10표가 반드시 필요한데, 영국이 EU의 영향력에서 완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대표적 ‘친(親)영파’인 DUP가 새 합의안을 지지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결국 존슨 총리가 합의안 의회 승인 과정에서 세 번이나 고배를 마신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존슨 총리는 메이 전 총리와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EU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한다면, 새 합의안은 그의 연합으로부터도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