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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담화, 말싸움, 뒤끝작렬…'막장' 나토, '반상회' 보다 못했던 정상회의
트럼프-마크롱 설전으로 시작돼 '뒷담화' 영상으로 끝나
런던 선언문으로 결속 과시했지만 정치적 갈등 불씨는 여전
미국의 리더십 약화·냉전 해체 이후 구심점 상실
3일(현지시간) NATO 정상회의 환영 리셉션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맨왼쪽)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은 정상들이 모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험담'을 나눴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위선자'라 비난하며 예정보다 일찍 런던을 떠났다. [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나토가 외교적 연속극으로 변질됐다"(CNN)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양일간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 정상회의가 '분열'만을 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세계 최대 동맹의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는 설전으로 시작해 이후 뒷담화로 얼룩지며 '외교적 알력 다툼의 장'으로 변질돼버렸다.

4일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런던 선언문'을 발표하고, 러시아와 테러 위협, 중국의 도전에 대한 공동 대처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정상들은 최종 선언문을 통해 '동맹의 결속'이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했지만, 내부 분열과 논쟁을 가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헤더 A. 코레이 전략국제연구소 유럽 프로그램 담당은 4일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나토 선언과 회의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정상들의 회담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나토 동맹 간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이 계속 될 것이란 사실만 남았다"고 밝혔다.

일찍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시작 전부터 새로운 '트럼프 저격수'로 부상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무용론'으로 나토에 대한 공격을 이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힘 겨루기가 예견됐다.

예상대로 첫날부터 두 정상의 신경전은 팽팽했다. 2일 별도의 양자회담에서 두 정상은 나토를 '뇌사 상태'라 진단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농담에 마크롱 대통령이 “우리 좀 진지해집시다(Let’s be serious)”라며 정색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면 공격을 받은 터키의 제레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간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상회의 며칠 전, 마크롱 대통령의 '뇌사' 발언에 "(마크롱) 본인부터 뇌사 상태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막말을 날리며 긴장을 예고했다. 결국 프랑스와 터키는 회의 기간동안 쿠르드 민병대의 테러단체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급기야 영상을 통해 정상 간의 '뒷담화'까지 만천 하에 공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3일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버킹엄궁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이 모여 험담을 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당시 대상은 특정되지 않았지만, 트뤼도 총리는 이튿날 해당 대화의 주제가 트럼프 대통령이었음을 인정했다.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위선자'라고 맹비난하며 정상회의 이후 기자회견도 취소한채 예정보다 일찍 런던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군'인 존슨 총리마저도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한 평가를 회피하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자국 여론이 조기 총선에 미칠 영향을 경계해서다.

나토 내 분열과 갈등은 냉전체제 해체 이후 구 소련 견제라는 공동 목표 하에 설립된 동맹이 중국의 부상 등 새로운 질서를 맞아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대통령'으로서 나토를 이끌어온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되면서 단합을 위한 구심점이 상실된 것도 분열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쓸쓸한 퇴장이 그 증거다.

CNN은 "마크롱은 나토를 뇌사라고 진단하면서 사실상 미국의 리더십 부재를 공격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정상들의 대결과 갑작스러운 회견 취소, 뒷담화 등 기이함의 연속이었다"고 평가했다.

balme@hera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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