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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견제용 러의 ‘원유감산 거부’ 자충수되나
러시아 증산 배경은 美 셰일기업 겨냥
유가하락 손실 감수 증산 이어갈듯
산유국 ‘치킨게임’ 세계경제 혼란
코로나19 국제적 자금공조도 영향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시장 전쟁이 가시화 하면서 뉴욕 증시가 2008년 이후 최악의 폭락 사태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감산 거부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결국 러시아에게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

국제석유기구(OPEC)의 감산 제안을 거부한 러시아와 ‘증산’으로 맞불을 놓은 OPEC의 수장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원유 증산 전쟁이 가시화 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 폭락과 증시 혼란에도 당분간 러시아발 감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의 감산 거부 결정이 사우디가 아닌 미국산 셰일 석유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며, 미국산 셰일 석유의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러시아가 증산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증산 전쟁이 장기화 하고, 유가 하락까지 이어진다면 ‘증산 전쟁’을 촉발시킨 러시아 스스로도 유가 충격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례적’ 감산 거부가 미국 견제용 조치라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러시아는 원유 감산이 유가를 올려 채굴 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 석유의 시장 진입을 돕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셰일 석유 증산은 베네수엘라 등을 비롯한 산유국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대국으로 ‘재도약’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 미국산 셰일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시장은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증산 카드를 꺼내며 러시아를 압박하고는 있지만, 경쟁적 증산으로 인한 유가 하락이 러시아의 결정을 쉽게 되돌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러시아 석유기업 루크오일은 회사가 원유를 3% 이상 증산한다면 이후 가격하락으로 인한 미래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상태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글로벌 상품전략팀장은 “OPEC 지도부는 유가 폭락이 사우디와 러시아 간의 화해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이 섣불리 굴복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러시아는 단순히 미국의 셰일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산 셰일에 대한) 감축 투쟁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는 사우디 역시 러시아가 감축에 나서기 전까지 ‘출혈’을 불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보파증권 프란시스코 블랑치 글로벌 상품 및 파생상품 대표는 “사우디는 막대한 재정비용에도 러시아가 감축 노력에 참여하기까지 원유 생산을 열어놓기로 작심한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일단은 러시아의 ‘작전’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 셰일의 생산 원가는 배럴당 30달러 전후이며, 유가가 40달러를 밑돌면서 감산이 본격화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역시 자국 정부의 증산 결정으로 인한 피해를 비껴갖지 못할 전망이다. 가격하락에 다른 손실과 더불어 산유국 간의 증산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에 닥친 혼란이 러시아 경제까지 집어삼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인해 산유국들의 수익이 줄어들면,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금력을 모으고 있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IEA의 파티 비롤 수석경제학자는 “(러시아가) 원유 시장에서 ‘러시안 룰렛’(목숨을 건 게임)을 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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