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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물품 부족…국가간 쟁탈전
웃돈 가로채기·이송중 압수도

마스크와 진단키트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대응에 필요한 의료 장비와 물품들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 정부들 간의 ‘뺏고 뺏기는’ 쟁탈전이 펼쳐지고 있다. 당초 특정 국가로 배송되기로 했던 물품을 다른 국가가 웃돈을 주고 가로채는가 하면 심지어 물품이 이송 중에 타국에 압수를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프랑스는 최근 중국에서 수급하기로 한 마스크 물량 중 일부가 사라지는 일을 겪었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 당국자는 마스크가 중국 상하이 공항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미국 바이어들이 기존보다 3배 높은 가격을 제시했으며, 이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마스크를 모두 배송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마스크는 프랑스에서도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인 그랑테스트에 전해질 예정이었다.

쟝 로트너 그랑테스트 지역의회 의장은 “주문한 수백만개의 마스크 중 일부가 다른 바이어들에 의해 사라졌다”면서 “그들은 선적장까지가서 현금을 꺼내들었다. 우리는 이제 진짜 싸워야할 때”라고 말했다.

프랑스 측은 이들 바이어가 미국 정부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 행정부 고위관리는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프랑스로 배송되는 마스크를 구입한 적이 없다”며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자국이 수급하기로 한 마스크가 유출되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자 당국이 조사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로 향하는 장비들은 캐나다에 도착해서 계속 캐나다에 남아야 한다”면서 “장관들에게 장비 유출 주장에 대한 후속 조치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터키의 경우에는 이미 가격 지불이 끝난 마스크를 배송하지 않고 있다. 벨기에와 이탈리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양국이 터키에서 주문한 마스크가 아직도 배송지에 도착하지 않고 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가 레제프 타이이프 대통령에게 마스크 수출을 속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답신을 받는 데만 2주가 넘게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간동안 터키 정부는 자국 내 마스크 생산업체들에게 생산품을 생산지에서만 공급하도록 하면서 사실상 수출제한령을 내렸다.

중국에서 이탈리아로 향하고 있던 마스크 선적 화물이 체코 해역을 통과하다가 압수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체코 정부가 지원한 ‘절도’라며 비판하고 나섰지만, 체코 당국은 이같은 혐의를 부인했다. 비슷하게 독일로 향하던 600만개의 마스크가 동아프리카 해역에서 절도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보호 장비 수급 부족으로 인해 국가간 불신과 이기주의가 고조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지타운대의 아브라함 뉴먼 교수와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최근 하버드비지니스리뷰에 “국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높은 수준의 상호 의심은 국제적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면서 “전세계가 공포와 보복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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