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팬데믹 선언 한달] 폐부 찌른 코로나, 갈등하는 인류
WHO 펜데믹 공식화 후 사망자 한 달만 20배↑
첫 공식 발병 보고 후 100일만 누적확진 150만
대공황 막으려 각 국 전례없는 통화·재정책
‘큰 정부’·독재 강화, 정치·경제 生死 건 도박
공포, 갈등 야기…국제연대 위협, 세계질서 변화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인간의 폐를 전광석화처럼 망가뜨리는 바이러스가 인류의 폐부(肺腑)를 찔렀다. 함께 호흡해야 할 지구촌은 생존을 위해 고립·배제로 치달았다. ‘보이지 않는 적’은 혈육의 숨조차 의심케 한다. 자본주의의 본산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필사의 야전병원이 들어설 줄 몰랐다. 이탈리아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 죽음의 흰 천이 나부낄지 짐작조차 못했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세계 공급망을 끊어 놓을 거란 예상도 없었다. 위협을 깔본 결과는 참혹하다.

8일(현지시간) 국제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그리니치표준시·GMT)현재 코로나19 사망자는 8만8100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3월 11일)할 땐 4628명이었다. 불과 한 달 만에 20배 가까이 늘었다. 확진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150만6361명을 찍었다. 코로나19 발병이 공식 보고된 작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따지면 100일만에 150만명을 넘긴 것이다.

[미국 인권재단]

중국·아시아→유럽→미국으로 독버섯처럼 퍼진 팬데믹 공포는 생사를 건 도박을 강요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인하·채권매입을 통해 헬리콥터로 현금을 뿌릴 태세다. 정부는 수백조~수천조원의 재정을 퍼부으려고 한다. 무너지려는 기업·가계에 산소호흡기만 댄 거다. 세계 경제가 단순 경기침체를 넘어 90여년 전 대공황 때로 회귀하는 것만은 막으려는 시도다.

이 과정에서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큰 정부’가 들어섰다. 영구 집권을 위한 장애물 제거의 기회로 팬데믹을 활용하는 정권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치적으로 ‘판 돈’을 싹 날릴 수 있는 이례적 실험이 이뤄지는 것이다.

공포는 갈등을 낳았다. 번영의 시대인데 식량전쟁 초입까지 왔다. 유럽연합(EU)은 쪼개질 우려가 대두된다. 남북으로 나뉜 경제 격차가 방아쇠다.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등 남유럽을 돕자는 논의가 전날 또 무산됐다. 형편이 나은 북유럽이 돌려받을 대책없이 남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걸 반대해서다.

바이러스 발원지를 놓고 반목하는 미국·중국으로 인해 국제질서는 ‘포스트(post) 코로나’를 기점으로 바뀔 거란 예측도 있다. 우방·동맹인줄 알았던 나라간 마스크를 둘러싼 웃돈 지불 경쟁은 블랙코미디다.

팬데믹 한 달, 뒤뚱대는 세계는 ‘일상으로 복귀’ 엔진 가동 시점·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는 조짐을 포착해서다. 강력한 봉쇄조처로 인한 경제충격이 만만치 않은 사망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국가에서 공명한다.

WHO 등 보건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고 우려한다. 보건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남아시아가 차기 집중발병지역이 될 거란 예측이 엄존한다. 해외 체류자의 입국(역유입)으로 죽음의 터널을 빠져 나온 국가가 다시 발목을 잡힐 위험도 있다.

‘게임 체인저’ 코로나19의 저주를 풀 방법은 어디에 있는가. 얀 베르너 뮐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정치학)는 한 매체 기고에서 “유일한 방법은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를 통한 더 강화한 협력과 조율 뿐”이라며 WHO와 국제연합(UN)을 거론, “코로나19는 70억명이 한 배에 타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