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겪으며 ‘바이러스세대’
불평등·이기심·양극화 더 큰 피해자로
이전 세대보다 진보·자유주의적 특징
‘큰 정부’ 지지…정치활동도 적극 나서
과거 세대에 비해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 성향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V세대는 불공정함을 참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후 변화 시위에 참 석한‘ V세대’ 청년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사진). 스웨덴 출신의 17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오른쪽 사진 앞줄 우측에서 세 번째)와‘ V세대’ 청년들이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후 변화 시위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행진 중이다. [EPA·로이터]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Z세대의 ‘9.11’이 될 수 있습니다.”(제이슨 도시 미국 GCK 연구소 대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나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릴 정도로 디지털 환경에 태생적으로 익숙한 세대. 그리고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며 경제 가치를 우선시하는 젊은 세대. 세상은 이들을 ‘Z세대’라고 불러왔다.
Z세대가 코로나19 팬데믹이란 전대미문의 위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한 그들을 요즘 ‘V세대(Generation V)’라고 일컫는다. ‘V’는 ‘바이러스(virus)’의 첫 철자를 따온 것이다.
무엇보다 V세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될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최근 이들이 겪을 고통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 태생)’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 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불린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 큰 경제적 고통을 V세대가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치 전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코로나19 확산이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지출을 줄이면 레스토랑, 상점 등이 문을 닫을 것”이라며 “결국 이들 업체에서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V세대 젊은이들이 해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V세대들은 대공황 수준에 비견되는 높은 실업률을 뚫고 취업 전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
리사 칸 로체스터대 경제학 교수는 “V세대는 사회 진출 첫 10년간 (부유해지기보단) 이전 세대의 경제력을 따라잡는 데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V세대가 과거 세대에 비해 보다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 성향을 갖게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은 V세대가 이전 세대에 비해 불공정함을 참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영리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세대가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전염병으로 드러난 세계의 불평등, 사람들의 이기심을 목격하며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는 기존 신념을 더 굳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닥칠 경제 양극화 문제로 이들은 ‘보편적인 의료 혜택’과 ‘기본소득’ 등의 사회 안전망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퓨 리서치센터 여론조사 결과, V세대 10명 중 7명이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X세대(53%)와 베이비붐 세대(49%)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미 터프츠대학 시민참여 및 학습 정보·연구센터(CIRCLE)를 이끄는 케이 긴즈버그는 “ ‘큰 정부(big government)’가 V세대에게 지지받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불평등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세상을 살아온 기존 세대들은 삶의 형태가 V세대로 인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화하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