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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C에서 AD로] ‘무너진’ 유럽, ‘이겨낸’ 아시아…세계 질서 중심, 서에서 동으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권력 구조 재편 불가피
‘방역 모범’ 아시아·‘분열’ 유럽·‘리더십 상실’ 미국
세계 경제에서도 아시아 국가 회복력 더 빠를 것으로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세계 권력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세계에는 바이러스 사태를 잘 대처한 ‘승자’의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지난 4월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마오쩌둥 동상 앞을 지나고 있는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유럽은 무너졌고, 아시아는 버텨냈다.

전 세계 400만명의 확진자와 28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유럽 국가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선진국’의 위상은 순식간에 무실해졌고, 반면 한국과 대만 등 철저한 초기 대응과 뒤이은 방역 성공으로 ‘바이러스 초기 발병지’란 오명을 떨치고 대신 방역 모범국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세계는 서서히 코로나19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많은 이들은 코로나19 위기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 질서 변화로 이어질 것임을 예측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존 앨런 이사장은 “늘 그래왔듯이 역사는 ‘코로나19 위기의 승자’들에 의해 쓰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위기의 승자로 수백년간 세계 질서에 ‘맹위’를 떨쳤던 서구 유럽이 아닌 ‘아시아’를 지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글로벌 패권 경쟁 흐름= 전문가는 코로나19가 국제 권력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가 무너지고, 무역을 통한 국가간 연결고리가 약해진데다 코로나19에 대응해 각 국가가 내놓는 산발적인 대책들은 세계화 흐름을 약화시키고 대신 민주주의, 보호주의 구호에 힘을 실을 것이란 설명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더이상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사회 중심의 세계 질서가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앨런 이사장은 “탈세계화 움직임으로 국제체제는 차례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불안과 국가 간 갈등은 확산되고, 결국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방식으로 세계 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코로나19 방역 성공 사례는 서구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극명하게 대조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있어 동아시아 국가의 선전은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東)과 서(西)의 패권 경쟁의 흐름을 완전히 동쪽으로 바꿔놓았다.

‘세계 대통령’으로 군림해 온 미국은 세계 공중보건 위기 관리는 커녕 자국 내 감염 확산에도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고, ‘경제 공동체’의 힘을 과시해온 유럽연합(EU)는 코로나19 사태의 피해를 분담하는 문제를 놓고 순식간에 남북으로 갈라졌다.

하버드대 국제관계 이론가인 스티븐 월트 교수는 미 정치 매체 포린폴리시 기고글을 통해 “코로나19는 권력과 영향력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라며 “한국과 싱가포르, 대만은 최고로 잘 대응했고 중국도 초기 실책의 여파를 비교적 잘 대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히면서 “서구 브랜드의 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의 무게 추… 東으로 기울어= 비단 정치·외교적 영역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다수의 전문가들이 아시아의 입지가 높아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기는 했지만, 코로나19 방어에 있어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그리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의 선전은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늘 인식해왔다”면서 “아시아는 유럽과 미국보다 바이러스 위협에 잘 대처해왔고, 코로나19는 이 추세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경제전문기관들이 내놓고 있는 세계 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서 우리는 향후 세계 경제 중심으로서 아시아의 부상을 예견하는 주장의 근거의 일부를 찾을 수 있다.

지난달 세계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가 올해 2019년 대비 성장률 대폭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들은 최대 3.5% 역성장 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주요 경제 다수는 6~9%대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경우 코로나19 충격에도 플러스(+) 성장을 가까스로 유지, 이후 2021년에는 7~9%대의 가파른 성장곡선을 회복할 것으로 관측됐다.

컨설팅사 맥킨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의 부상과 관련해 “우리는 아시아 시대가 시작됐을 때 이번 전염병을 되돌아보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경제적 대비 더 잘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시아가 서구 경제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 잘 대비돼 있고, ‘바이러스 충격’을 더 잘 이겨낼 수 있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 사태가 비슷한 재난을 통해 높아진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오늘날 빛을 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린지 렁 부장은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과거 위기에서 교훈을 얻어 강력한 국가 대차대조표를 구축했다”면서 “때문에 이들은 코로나19 발병에 대처하기에 훨씬 유리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시아 기업들의 풍부한 현금 보유력, 그리고 일찍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열었던 유럽 국가와 달리 아직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향후 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CNBC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미국과 유럽의 다른 은행에 비해 그들의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차입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면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사용할 여지가 더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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