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치명률, 女 크게 앞서
“글로벌 맨킬러(mankiller)”
전문가 “이유 아무도 몰라”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 남성의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 여성보다 높다는 수치가 세계 각국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한 싱크탱크는 코로나19를 ‘글로벌 남성 킬러(mankiller)’라고 표현할 정도다.
17일(현지시간) 성별에 따른 보건불평등에 특화한 조사를 하는 비영리단체 ‘글로벌헬스 50/50’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확진자 중 여성 대비 남성 사망자 배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태국으로, 2.8에 달한다. 여성 1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할 때 남성은 2.8명이 숨을 거뒀다는 얘기다. 네덜란드는 2.2다. 벨기에·덴마크· 이탈리아·스페인이 1.8로 동률이다. 중국·스웨덴·영국(이상 1.7)과 한국·아르헨티나(1.5)도 코로나19에 걸린 남성이 더 많이 희생되는 걸로 파악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 나라의 코로나19 사망자 비율도 남성은 55%, 여성이 45%다.
글로벌헬스50/50의 공동 책임자인 새러 헉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는 “국가별 성별 분석 데이터를 보면 코로나19 확진 남성의 치명률이 여성보다 10~90% 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미 대표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를 ‘남성 킬러’로 지칭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탓에 사망한 여성의 수보다 남성이 5000명 이상 많다는 수치를 제시하면서다. 45~54세의 경우 여성 2명이 사망할 때 남성은 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이 연구소는 특히 코로나19 최대 피해지역인 뉴욕시는 사망자의 성별차(gender gap)가 연령 조정 과정을 거치면 더 뚜렷해진다고 분석했다.
일단 성별차를 감안하지 않은 남녀의 기대치명률(연령별 치명률에 남녀 연령별 인구비율을 곱함)은 남성은 10만명당 123이고, 여성은 10만명당 156으로 도출됐다. 이 기대치명률을 활용해 성별에 따른 연령조정 치명률을 따져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브루킹스연구소는 설명했다. 남성은 10만명당 205의 치명률인데, 여성은 95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남성에 더 잔인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초기엔 남성 흡연률이 더 높기 때문일 거란 추론이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에선 흡연자가 코로나19에 덜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니코틴 패치 시험도 진행 중이어서 똑 부러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새러 헉스 교수는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 솔직한 답”이라고 했다. 새브라 클라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날 미 일간 보스턴글로브에 “면역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며 “여성의 항바이러스 반응이 남성보다 조금 더 빠른 경향이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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