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품 대신 자국 상품 사
백악관 경제참모 ‘탈출 러시’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미국과 미국 브랜드가 유럽에서 굴욕을 당하는 걸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가장 못하고 있는 나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독일에선 미국 브랜드 선호도가 중국보다 낮게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미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스페인 등 5개 유럽 국가별 1000명씩 총 5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6월 19~21일·표본오차 ±3%)한 결과, 미국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대응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국 응답자의 16~27%만 미국이 잘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19~36%)에도 뒤졌다. 독일·일본·한국의 순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는 미국 브랜드 인지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과 코로나19 발원지를 놓고 상호 비방전을 하고 있지만, 기업 경영 측면에선 중국보다 나을 게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응답자의 40% 안팎이 미국 브랜드에 덜 호의적이 됐다고 답했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 성인은 47%가 미국 브랜드를 덜 선호한다고 답했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54%였다. 특히 독일 성인의 48%는 미국 브랜드를 덜 선호하게 됐다고 답했다. 중국의 47%보다 1%포인트 높은 것이다.
미국 브랜드 선호도 하락은 곧바로 미국 제품 구매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응답자의 46%가 팬데믹 이전보다 미국 제품을 덜 구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프랑스는 44%로 나왔다. 이들 유럽인은 미국 제품 등을 선택하는 대신 자국 상품을 더 소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백악관에선 경제참모의 ‘탈출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토마스 필립슨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대행이 이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갑작스러운 발표다. 저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필립슨 대행은 이달 말까지만 일하고 시카고대로 돌아간다”고 e-메일로 전했다.
캐빈 해싯 백악관 경제선임보좌관이 지난 22일 사퇴하겠다고 밝힌지 이틀만이다. 코로나19가 야기한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는데 경제 전문가가 연달아 백악관을 떠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점점 옅어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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