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 누진세 부담 줄고
일반 개인 부담요인 늘어
소액주주 거래세 폐지를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곰은 물고기를 사냥할 때 마구 물장구를 친다. 물고기가 흐린 물속에서 방향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틈에 잡으려는 꾀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혼수모어(渾水摸魚)’ 전략이다. 그런데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두고 정부가 펼치는 논리들이 마치 ‘곰의 물장구’ 같다.
상당수 개인이 금융투자소득세 신설로 세 부담이 늘 것을 우려한다. 반면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만큼 개인의 실질 세 부담은 늘지 않는 ‘세수 중립적’ 세제 개편이라고 강조한다. 주식양도세가 2000만원까지 공제되기 때문에 현재 600만명으로 추정되는 개인투자자 가운데 5%인 30만명만이 과세 대상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서민감세, 부자증세라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현재도 주식양도차익에 세금을 내는 이들은 있다. 외국인들은 본국이 세금을 징수한다. 기관들은 회사 손익에 반영돼 법인세로 납부한다. 법인세율은 10~25%지만 실효 세율은 대기업이 20%, 중소기업이 15%가량이다. 개인도 10억원 이상(내년 4월부터는 3억원 이상) 대주주들은 양도세를 내고 있다. 금융투자소득과세로 이들이 크게 달라질 건 없다.
공제 한도가 연 2000만원이어서 일반투자자에게는 별 영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개인의 증시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개인 거래대금은 1051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2011년의 연간 역대 기록(1888조원)을 넘어설 게 확실시된다. 이익이 곱절로 불어나는 레버리지 투자도 많다. 은퇴한 전업투자자가 늘어 연 2000만원 이상 차익 가능성이 아주 낮지만은 않다.
2000년 이후 코스피를 보면 2001년(37.5%), 2003년(29.2%), 2005년(54%), 2007년(32.3%), 2009년(49.7%), 2010년(21.8%), 2017년(21.8%) 등 7번 연 20% 이상 올랐다. 20% 이상 하락한 때는 2001년(-51%)과 2008년(-40.7%)뿐이다.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하면 공제 한도 200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점차 커진다고 봐야 한다.
금융투자소득세의 정부 논리 가운데 하나가 ‘그래도 부자가 더 낸다’다. 그런데 주가연계증권(ELS)·상장지수증권(ETN) 등 파생결합증권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이들은 현재 배당으로 분류돼 연간 소득금액이 2000만원이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다. 다른 소득과 합산돼 누진세율을 적용받는다. 정부 안대로라면 2022년부터는 금융투자소득으로 바뀌어 분리과세된다.
물론 부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채권의 양도차익은 새롭게 과세 대상이 되지만 ELS 등을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빼준다면 상당한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개인이 부담할 금융투자소득세 세율은 20%로, 법인세 실효 세율보다 높다. 영리한 자산가들은 가족 간 계좌 쪼개기 등을 통해 과표를 분산시킬 게 뻔하다. 증여세는 부부간은 6억원, 성인 자녀는 5000만원(미성년 2000만원)까지 공제된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이 자산소득 과세 정상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 활성화도 목적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개인의 증시 참여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코로나19로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이번 발표는 코로나19 지원들을 주로 논의하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발(發)로 나왔다. 모양새로만 봐도 ‘비상’이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는 꽤 오래전부터 거론되던 주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에서 신발 끈 고쳐 매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아무리 자본시장과 금융시장 발전이란 수사를 붙여도 지금 시기엔 증세라 여겨지기에 십상이다. 세목 신설은 자칫 ‘손톱 밑 가시’가 될 수도 있다. 의심을 없애려면 오히려 소액 주주들의 거래세를 아예 없애든지, 주식 장기 보유 세제 혜택 등으로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