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품귀 속 가격 급등 추세
조합원 분양가의 두배 이상 급등
서울 중심지, 대단지 건축 가능한
뉴타운으로 투자자들 관심 몰려
“추진속도 느린 곳 투자 유의해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재정비촉진구역 내 모습. 이민경 기자 |
“강남은 규제가 많아서 요즘 여기 많이 옵니다. 중소형은 물건이 없어요. 보통 84㎡(전용면적)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은 프리미엄만 6억~7억원이에요. 조합원 분담금이 5억원대이니 총투자비용이 13억원은 있어야 합니다.”(노량진 6구역 인근 A공인중개사)
최근 찾아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재정비촉진구역 공인중개업소들은 ‘매물이 없다’며 입을 모았다. 옆 동네 흑석뉴타운이 ‘준강남’으로 불리며 속속 대규모 신축 아파트단지로 재개발되는 동안, 노량진은 뉴타운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외면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재건축 옥죄자 재개발로 돌리는 눈길=노량진이 주목받는 것은 정부가 6·17대책을 통해 또다시 재건축사업에 압박을 가하면서 서울 새 아파트 수요가 재개발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흑석뿐만 아니라 인근 영등포구의 신길뉴타운 등 노량진을 둘러싼 주변 지역이 대규모 신축 단지로 탈바꿈하는 것을 경험한 수요자들은 돈을 들고 이 일대에 모이고 있다. 값은 조합원 분양가보다 배 이상 올랐다.
최근엔 서부선 경전철이라는 교통 호재까지 더해졌다. 총 8개의 구역으로 구성된 노량진뉴타운은 동작구 노량진동·대방동 일원의 총 73만여㎡ 면적이다. 여기엔 1·9호선 더블 역세권인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이 모두 포함된다. 서부선 경전철이 장승배기역을 통과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6구역은 매물이 싹 사라졌다.
이날 6구역 내에서 만난 한 주민은 “관리처분 인가가 8월 말에서 9월 초쯤 나온다는 말이 있다”면서 “재작년, 작년부터 외지인들이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원주민과 비율이 반반씩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6구역은 2014년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 관리처분 인가가 난 뒤에도 분양권 전매 제한이 걸리지 않는 점도 투자 수요가 몰리는 한 이유다. 인근 B공인중개사 대표는 “지금은 돈이 있어도 살 수가 없다”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분양권을 팔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재건축의 규제 강도가 세지면 다른 정비사업인 재개발이 좀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나올 만한 뉴타운 방식의 재개발구역은 드문데, 노량진은 지역개발 호재가 충분히 있는 데다 사업도 아직 초기 단계라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노량진 8개 구역 정비가 완료되면 이 일대엔 9000여가구의 대규모 주거지역으로 거듭나게 된다.
▶서부선 겹호재에 인근 아파트도 기대감 ↑=들썩이는 것은 앞서 들어선 아파트단지도 마찬가지다. 7호선 장승배기역 앞 상도파크자이는 지난해 말 84㎡가 13억원에 손바뀜한 이후로 매물이 쏙 들어갔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같은 면적의 현재 호가는 14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재개발 투자 수요와 교통 호재가 겹치자 집주인들이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팔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전한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호재만 보고 투자에 나서기에는 사업 속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노량진역과 학원가가 인접한 1·3구역은 조합원끼리 의견 일치가 쉽지 않다. 특히 공시생 등 세입자 수요가 자리 잡고 있어, 3층 빌라 한 채를 가지고 월 200만~300만원의 고정 월수입을 얻는 조합원들은 재개발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노량진은 상업지구가 광범위하게 분포해 개발이 더뎠다”면서 “재개발이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지만 시공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속도 자체가 워낙 느릴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