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트럼프 측의 연이은 바이든 공격
여론과 엇나가는 트럼프…공화당 내부 걱정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 위치한 한 금속 제조회사를 방문해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미국 민주당 내 ‘강성 좌파’ 진영의 대표 인물로 불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협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급진 좌파’로 낙인찍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에 차질이 발생했다.
11월 미국 대선 승리를 목표로 공동 정책 개발을 위해 꾸려진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의원 진영의 공동 태스크포스(TF) 권고안에서 샌더스 의원이 줄곧 주장해온 각종 급진 정책들이 빠지고, 그동안 바이든 전 부통령이 주장해온 보다 온건한 정책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100쪽짜리 TF 권고안에는 의료보험 범위를 확대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파괴된 경제를 재건하는 한편, 기후변화와 제도적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주요 제안들이 담겼다.
비교적 진보적인 정책들이 다수 포함된 덕분에 샌더스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내 진보 주자로 불리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을 지지했던 진보주의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 국민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이나 그린뉴딜 환경계획 같은 일부 부동층 유권자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정책은 안 담겼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경선 기간 희망자에 대한 공공선택권을 추가한 ‘오바마 케어’를 강조하면서 ‘메디케어 포 올’은 비용이 과하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다.
권고안에는 또 에너지를 생산하는 경합주(州)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압파쇄법(프래킹)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샌더스 의원은 성명에서 “바이든과 나, 지지자들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일부에서 강한 견해차를 보이지만, 미 현대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인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히스패닉계 미국인 지도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 |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측과 공화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샌더스 의원과 TF를 구성해 정책을 공동 개발하는 것을 두고 “바이든 전 부통령이 사회주의 및 급진 좌파에 경도된 증거”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이 급진 성향의 민주당 내부 경쟁자들에게도 자신의 온건 성향 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냄에 따라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을 ‘사회주의 급진주의자’들로 묘사하고, 자신을 이들로부터 미국을 지키는 인물로 설정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이 “(반파시즘 시위대 등) 반군과 무정부주의자들을 지지한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했지만,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한 아이와 이야기하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모습. [AP] |
파이즈 샤키르 전 샌더스 캠프 선대본부장은 “트럼프 측의 비판은 사람들에게 민주당 경선 자체를 무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진실과 실제로 차이가 있는 점을 믿는 사람들에게만 기대를 걸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측의 공격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선거전략가인 크리스틴 매튜스는 “트럼프 대통령 측의 공격은 터무니없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거나 과하다”며 “이런 와중에 바이든 측은 원하는 만큼 대중의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신동윤 기자] |
매튜스는 최근 먼마우스 대학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놀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밋밋하다"”고 평가절하했던 민주당의 ‘경찰 지원을 줄여라(defund the police)’ 구호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미국인 4명 중 3명이 경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당 구호에 대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매튜스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론이 원하는 방향의 뉘앙스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와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나 경찰 개혁 등을 ‘백인들의 역사’로 대표되는 미국인들의 역사를 전복하려는 좌파 폭도들의 시도로만 포장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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